생명에는 절대 쓰고 싶은 않은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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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존재가 되지 않아도... 조건 없이 사랑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다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다. 너무나 유명한 책, 고 권정생 작가의 이었다. 불편한 이유는 이야기가 담은 메시지 때문이었다. 길에 떨어진 강아지똥은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곰곰 생각하다, 자신이 쓸모가 없다며 슬퍼한다. 그러다 자신에게서 민들레가 싹을 틔운 뒤에야, 자신도 쓸모가 있는 존재였다는 걸 깨닫는다.

질문은 의문의 깊이만큼이나 끝없이 이어졌다. 쓸모 있는 사람들의 삶만 가치가 있다면, 쓸모의 유무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해낼 수 있는 일의 정도라면, 그 일은 어떤 일이어야 하고 일의 양은 얼마만큼이어야 할까. 기준이 혹시 시점은 아닐까.미래에 가치 있는 혹은 없는 인간이 된다는 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과거에 기여한 바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할까. 갑자기 쓸모라는 단어에 꽂힌 나는, 마음속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생각하면 할수록 쓸모의 의미는 흐려졌다.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지닐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한 번쯤 물어보고 소비한다면 자원의 낭비는 훨씬 덜할 것이다. 버려지는 물건의 양도 현저히 줄어들지 모른다. 마땅히 물어야 할 물건의 쓰임은 점점 묻지 않고, 물어서는 안 되는 생명의 쓰임은 더 많이 묻는 사회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얼마 전 유은실 작가의 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아니라 이라니. 아류의 냄새가 풍기는 이 책에는 뜻밖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송아지똥인 똥또로동은 전설의 강아지똥처럼 자신도 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시멘트 마당에 놓인 똥에게 그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똥에게 친구들은 말한다."넌 괜찮게 살았어.""네 똥생은 근사했어."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명이야말로 부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으로 충만한 우주에 홀연히 출현한 생명이라는 특별한 상태. 물리학자의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면 생명은 더없이 경이롭고 삶은 더욱 소중하다. 이 기적 같은 찰나의 시간을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낭비하거나 남을 미워하며 보내고 싶지 않다." - 김상욱 지음,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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