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귀한 2038년, 취업 걱정 없는 '멋진 신세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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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태어나면서부터 인구소멸지역인 이곳에서 '귀한 아이' 대접을 받았지만, 외지에선 달랐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과 일자리를 다퉈야 하는 '무스펙 인간노동자'에 불과했다. 그걸, 여길 떠날 때는 미처 몰랐다.

편집자주합계출산율이 곤두박질치며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30만 명대에 그친 2017년생이 2038년에 구직활동을 하게 되는 상황을 시나리오로 구성했습니다. 이를 위해 장래인구추계, 지역별 지방소멸지수, 노동시장 구인·구직 원자료, 전문가들의 보충 설명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기사에 표시된 각주를 보시면, 예측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이 곳에 즐길 거리라곤 꽃과 풍경 뿐이었다.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으니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이었다.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작 '멋진 신세계' 중에서

그러나 조선업의 전성시대는 오래 가지 못했고, 꽤 컸던 중견 조선소에서 일하던 세계 아버지도 일자리를 잃고 2016년 통영을 등졌다.[6]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영의 조선소들은 직격탄을 맞았다.[7] 통영에서만 1만 8,000여 명의 노동자 중 1만 명이 그때 실직했다고 한다.[8]"무조건 서울로 가자, 그냥"[9]그렇게 떠밀려 온 합천에서, 아버지는 세계를 낳고 길렀다. 읍내에서 철물점을 하며 집수리를 겸하던 아버지는, 빈 집이 늘어 손님이 끊기자 2년 전부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돌봄노동자로 일한다.[10] 아직 50대 중반이라 일을 하기에는 거뜬하다. 요양보호사는 합천에서 유일하게 늘고 있는 일자리다.[11] 인구의 58%가 65세 이상 고령자이기 때문이다.[12]

과거엔 사람이 일자리를 따라갔습니다. 앞으론 일자리가 사람을 따라갑니다. 나라의 총인구가 줄어도 정주환경이 나은 곳엔 사람이 몰리고, 일자리는 그걸 쫓아가는 현상이 누적될 겁니다. 그러니 특정지역 실업률은 계속 올라가는 겁니다.남기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친구따라 전주 갔지만...서울에 봄은 왔지만, 세계에겐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이러다 남은 돈마저 다 까먹겠다고 전전긍긍하던 때, 친하게 지냈던 학교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전주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는 그는 함께 거기서 구직활동을 하자고 권했다. 세계는 전주에 일자리가 있을까 미심쩍었지만"원룸에서 함께 살자"는 동기의 말에 혹해, 고시원비를 아낄 수 있겠다며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결국 세계는 여기서 구직 유랑을 접기로 했다. 이렇게 타지에 뿌리 내리기 어려운 시대, 어딘가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나마 익숙하고 부모님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고향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대형서점이 있는 부산으로 갔다. 서점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교재를 산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상터미널로 향했다.떠나던 날처럼 날씨가 추웠다. 꿈처럼 지나가 버린 10개월을 잠시 떠올리는 동안, 택시가 다가와 멈춰섰다. [10]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20년 간의 글로벌 SCI급 논문DB 5만 건 이상을 활용하고, 국내 각계 전문가 70여명을 인터뷰해 2030년대 이후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을 지수화한 ‘이머징 이슈’ 15개를 도출했다. 이 중 사회적 돌봄노동의 확산은 가능성 8.1, 파급력 7.5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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