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38년 김대리 월급날... 세금·4대 보험에 '밑빠진 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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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본 2038년 김대리 월급날... 세금·4대 보험에 '밑빠진 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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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8년 차 미래의 월급(세전)은 583만원. 적은 월급이 아니지만, 각종 세금과 4대보험, 기타 공제들을 제하고 나면 월급의 30%가 증발된다.

편집자주한국일보는 1970년보다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2002년생이 2038년에 직장인으로서 마주할 상황을 시나리오로 구성했습니다. 이들 절반 세대는 각종 사회 인프라와 사회보험을 지탱하기 위해 지금보다 70% 더 많은 세금과 4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시나리오를 위해 장래인구추계, 학계가 추정하는 세금 및 연금·보험 부담액, 지역별 지방소멸지수, 전문가들의 보충 설명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문득 김미래는 고1 때 수업시간을 떠올렸다. 담임은 학생보다 더 절실히 학교가 파하길 기다렸던 괴짜였다. 진도는 뒷전이고, 수업은 개똥철학의 향연이었다."오늘을 살라"거나"지금을 즐겨"라는 말로 잔잔한 수험생의 마음을 흔들었다. "공부해도 소용없다." 무책임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모두가 피라미드의 정상에 설 수 없거든. 빨리 포기하는 게 이기는 게임일지 몰라.

2030년대 후반을 사는 직장인은 '욜로'를 꿈꿀 기회를 박탈당했다. 입사 8년 차 미래의 월급은 583만원. 적은 월급이 아니지만, 각종 세금과 4대보험, 기타 공제들을 제하고 나면 월급의 30%가 증발된다. 과거 직장인 급여는 '유리지갑'이라고 불렸지만, 이 시대 월급명세서는 '밑 빠진 독'이다. 미래가 입사한 이후 연봉 인상률이 1%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부터 임금피크 적용을 받는 부장님 얘기론 과거 일본에서 이렇게 급여가 수십년 정체된 적이 있다고 했다.실수령액마저 확 깎인 건 2년 전,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0%에 근접하자 정부가 화들짝 놀라 급격한 세율 인상을 강행한 뒤부터다. 당시 여당은 과세표준별 소득세율을 올리고,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사실상 적용하지 않는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 미래도 아직 결혼하지 않은 1인가구다. 1인가구가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아이디어를 짜내는 게 그의 일이지만, 미래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고 있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고객들처럼 미리 유동화할 자산이 없다. 한 번도 한눈 팔지 않고 학업과 회사일에 몰두했지만, 02년생 김미래가 양 어깨에 떠안은 부담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인간이 못 피하는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 했던가? 탄생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죽음이 꾸준히 누적되면서, 세금은 살아남은 자의 어깨를 더 가혹한 무게로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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