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나온 〈동남아시아의 해양 유목민 Sea Nomads of Southeast Asia: From the Past to the Present〉(베레니스 벨리나, 로저 블렌치, 장-크리스토프 갈리포 공편, 2021)이 지금까지 쌓인 연구를 잘 정리한 책이다. 과거에는 수상민 사회 중 화전 농업 등 육상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육지의 인구 압력이 늘어나는 데 따라 수상민 활동의 전문화가 굳어져 왔다.
동남아시아에 바다로부터 1백 km 이상 떨어진 곳이 육지 면적의 몇 퍼센트 되지 않는다. 대륙부나 큰 섬이라도 강우량이 많아서 바다처럼 보이는 큰 강과 호수가 많이 있다. 남양은 “물의 세계”다.이런 사람들을 “해양 유목민”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경제활동이 전문화된 점에서는 적절한 비유다. 곡식과 직물 등 상당 범위의 생활필수품을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그 대가로 채취한 해산물을 판매하기도 하고 해상활동 능력을 활용해서 교역에 종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양 유목민”이나 ”바다의 집시“ 같은 별명은 비유의 한계 때문에 정확한 이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Berenice Bellina, Roger Blench and Jean-Christophe Galipaud, eds., 〈Sea Nomads of Southeast Asia: From the Past to the Present〉 전문적 내용이지만 여러 분야 연구자가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책이다. 사교성이 좋아야 잘 살 수 있는 사회 근현대인과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집단들을 보면 그 방식이 아주 오래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시대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과거의 생활방식에 묶여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이 문명의 발전단계에 대한 지나친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EBS ”세계테마기행“에 소개된 수상민의 모습을 보며 의문을 느낀 일이 있다. 그 밝고 친절한 모습이 연출된 것으로 보기에 너무 자연스러웠다. 이제 그 의아함이 풀린다. 그 모습이 평소 그대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수상민 사회가 애초부터 고립을 통한 생존이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관점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다. 사교성이 좋아야 잘 살 수 있는 사회였다.10세기경 수상민 사회가 늘어나고 틀이 새로 잡힌 것은 해상교역의 증가 때문이다. 그 전의 수상민은 인근 육지인과 기본생필품을 교환하는 수준의 대외관계만을 가졌다. 해상교역의 증가로 수상민 특산물의 외부 수요가 늘어나고 선원이 되었다가 교역 활동에 나서는 수상민도 많았다.
〈동남아시아의 해상 유목민〉에 수록된 나가쓰 가즈후미의 논문 ”해상 디아스포라와 크레올화 현상: 동남아 해양부 사마-바자우족의 연원 Maritime Diaspora and Creolization: A Genealogy of the Sama Bajau in Insular Southeast Asia“에 인도네시아 사페켄섬의 상황이 그려져 있다. 사페켄섬은 발리섬 북쪽으로 약 120킬로미터 떨어진 캉에안군도의 섬이다. 1평방킬로미터가 안 되는 작은 섬에 인구는 1만 명이 넘는다.사페켄섬 위성사진. 섬 전체에 집이 빽빽하고 경작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섬을 둘러싸고 초록색으로 보이는 산호초 구역이 수상민에게는 논밭인 셈이다.그뿐이 아니다. 바자우족 세 사람을 집중-반복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하는데 모두 그 본인 또는 부모가 다른 곳에서 그 섬으로 이주했고, 이주 전에는 바자우족이 아니었다. 그런데 모두 자신이 바자우족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원시’ 사회가 아닌 수상민 사회 경제발전론 첫머리에 채집 단계에서 농경 단계로의 이행이 나온다. 자연으로부터 물자를 직접 취하던 채집 단계에서 인공적 생산수단을 이용하는 농경 단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채집 단계의 원시사회를 ”사냥꾼-채집꾼 사회“라고 흔히 부른다. 그물, 작살, 작은 배 등 어민이 손수 만드는 간단한 어구는 논밭처럼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남양 수상민의 경제활동도 채집 단계로 간주되어 왔다.인공적 생산수단의 존재는 배타적 소유권의 강화를 가져온다. 채집 사회에서 식량의 분배에는 ”누가 더 필요로 하는가?“ 사회적 고려가 작용하지만 특정인 소유의 수단으로 생산된 식량의 처분은 소유자 개인의 재량에 맡겨진다. 이 재량권이 권력이 되어 국가조직을 향한 위계적 사회질서가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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