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도 덜덜 떤 조경사 실기시험 합격 비결

디자인은 상상... 정원 설계란 이미지를 만드는 일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졌다. 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밤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돈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계절이 느릿느릿 변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밥솥 버튼을 눌러놓고 지인에게 배운 맨발걷기 산책을 했다. 산책이라야 10분 남짓 홋싱공원에 다녀오는 일이다. 맨발에 닿는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내친 김에 그동안 맘에 걸렸던 정원 구석 벚나무 가지치기도 했다.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대추나무 연걸리듯 가지가 많이 얽혀 있다. 목수네 연장이라더니 정원사네 정원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방치한 흔적이 역력하다. 노인네가 평생을 남의 정원에서 밥벌이 작업만 하다보니 집에서 가위 잡는 게 지겨워졌을 게다. 이해한다. 그게 아니다. 어울려 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내 일만 잘해서는 함께 작업한 생울타리 높이가 맞지 않는다. 실패다. 지금에야 그런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고 있는 거다. 하루종일 방에 틀어박혀 요시다 과외 선생 숙제를 했다. 식재 평면도를 백지에 옮겨 그리는 작업이다. 선생이 작업한 주택의 평면도가 교본이다. 전체 평면도 1장과 부분 평면도 7장으로 구성돼 있다. 평면도에 배치된 수종을 확인하면서 따라 그리는 것이 이번 숙제다.

평면도는 정원을 하늘 위에서 찍은 사진같은 것이다. 주로 위치를 표시하는데 쓴다. 하얀 종이위에 알록달록 기호로 표시된 설계도면을 보며 완성된 정원을 상상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시험장에 가기 전에 익숙해지라는 거다. 설계조건 문제를 보고 척척 그려낼 수 있도록. 나는 설계도같은 세밀한 작업은 좋아하는데 노안이 와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돋보기를 쓰면 불편하고 안 쓰면 잘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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