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 1등이 내 삶에 가져온 변화 엄마의심신단련 체력단련 마흔의운동 수영효과 마음단련 이영실 기자
수영 강습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한결 같이 후미를 지켰다. 맨 앞에 서면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 것 같았고, 중간에 서면 이 흐름을 끊지 않고 유지해야 할텐데 자신이 없었다. 나에겐 체력도 실력도 없으니 남들에게 방해가 될 바엔 뒷자리를 지키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캔 훈련은 맨 뒤에서도 반바퀴를 따라 잡히는 수준의 나를 단 한 순간 선두로 만들어 주었다. 쓰러지는 캔을 잡아 올리기에 바쁜 사람들에 비해 나는 이마 위에 안정적으로 캔을 올려놓고 여유롭게 레인을 돌았다.캔 훈련을 하는 2주 내내 나는 선두에 섰다. '내가 왜?' 처음엔 낯설었다. '늘 맨 뒤에서 쫓아가기 바쁜 나였는데…' 배영만 죽어라 하다 보니 낯선 생각이 사라졌다. '난 수영을 못해'라는 생각 앞에는 '자유형이 느리기 때문에'라는 나도 모르는 조건이 있음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자유형을 잘한다'가 '수영을 잘한다'는 아닌데도, 늘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캔 훈련을 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평영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날엔 여자의 선두 비중이 높았고 힘이 필요한 자유형이나 접영은 남자의 선두 비중이 높았다. 남녀의 신체 조건 상 각자 유리한 영법이 따로 있고, 개인의 선호에 따라서도 각 영법의 속도가 천지 차이란 것을 알게 됐다.캔훈련은 사건이었다. 스스로를 작게 보는 나의 시선을 바꾸어주었다. 어느 때보다 강사님의 칭찬 세례가 쏟아졌다. 선생님이 인정하는 '공식적으로' 잘 하는 사람이 되고 보니,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달콤한 칭찬을 더 얻어내고 싶었기에. 수영도 마찬가지다. 프로 선수나, 전문 강사를 스승 삼는 내 실력이 기대에 미치는 건 쉽지 않다. 캔 훈련은 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며 수영에서도 내가 1등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 생각은 자신감으로 연결 되었다. 폐활량 100%를 다 써도 모자랄 판에 숨을 쉬지 말라는 미션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매 구간 절반을 넘을 때부터는 숨이 찼다. 터져버릴 듯한 입안의 숨을 뱉고 새로운 숨을 집어 넣고 싶다는 갈등 다음엔 나를 향한 믿음의 말이 세트로 찾아왔다. '나는 잘 하는 사람이다. 되는 사람이다'라는 작은 주문은 순간의 고비를 넘기는 힘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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