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 361] 영화
조나단 그레이저 감독의 작품 속 인물들은 언제나 경계에 서 있도록 강요되어 왔다. 의 갤 도브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놓였고, 영화 의 애나는 타인의 죽음과 환생 사이, 그리고 의 로라는 인류와 비인류 가운데 있었다. 이 작품 의 주인공인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금 너무도 다른 두 현실 사이에 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결코 서로 뒤섞일 수 없는 현실, 절규와 비명으로 가득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화사한 정원의 나치당원 사택의 경계 위다.
영화 는 조나단 그레이저 감독이 이야기를 만들어왔던 유사한 방식과 하나의 사건을 기존의 표현 방식으로부터 전복시키는 일 사이에서 완성된 작품이다. 여러 노력 끝에 수집된 실존 인물이었던 나치 친위대 소속의 루돌프 회스의 이야기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아우슈비츠의 허가를 얻어 진행된 촬영은 여기에 시대성과 재현성을 부여한다.영화의 시작과 함께 루돌프의 가족이 강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남자들은 물속으로 뛰어들고, 어린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산과일을 따 모은다. 강물 위의 윤슬마저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들 모두에게 삶은 매일이 축복과도 같다. 생일이면 근사한 선물을 주고받고, 이탈리아의 온천을 추억하며 행복하게 웃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면 동화책도 읽어준다. 집안일은 가정부들의 몫이며, 넓은 마당의 정원을 꾸미는 일만이 행복인 낙원과도 같다. 그렇게 단란한 날들이 이어진다.
감독은 이미 처음부터 이제 등장할 이 '평범한' 이야기가 결코 일반적인 종류의 것이 아님을 경고한 바 있다. 2분가량 지속되는 어둠과 그 너머의 기괴한 소리를 통해서다. 여기에는 우리가 바라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그것을 가리고자 한들 비켜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강한 메시지가 놓인다. 아우슈비츠의 높은 담벼락의 의미를 생각하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더욱 명확해진다. 각지에서 끌려온 유대인들은 저항에 대한 육체적, 심리적 결의와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억압하고 있는 경계는 오히려 나치 측이 가진 의지의 발현에 가깝다. 불능이 아니라 위장을 위한 것. 영화가 바라보고 있는 지역의 삶도 별로 다르지 않다.아이러니하게도 감춰져야 했을 이들의 삶은 갈수록 더욱 선명하고 뜨겁게 피어오른다. 수천, 수만 장의 프레임이 더해지는 과정에서 이들 가족의 화원은 화려해져만 가고, 아이들은 그들이 배워야 할 감정의 씨앗을 싹 틔우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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