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조규찬식 '알앤비'의 매력 조규찬 대중가요 명반 1990년대 THE3RDSEASON 염동교 기자
1990년대는 특별했다. 고유한 스타일을 지닌 싱어송라이터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던 시대, 팬들도 그에 응대하던 시대였다. 장르적 색채가 뚜렷한 음반들이 밀리언 셀링에 도달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였다. 이견은 있겠으나 1990년대에 가요계 황금기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의욕적인 뮤지션들은 한 우물에서 벗어나 융합을 시도했다. 신해철과 윤상, 이승환과 공일오비 정석원은 재료가 달랐을 뿐 하이브리드의 목적지가 같았다. 자연스레 음악은 어려워졌고, 독특해졌다. 종종 백화점식 구성의 멸칭이 붙었으나 꿋꿋이 독자성을 밀고 나간 음악가는 작가주의 칭호를 획득했다.조규찬식 '알앤비 가요'여러 스타일이 혼재했던 전작들에 비해 1996년에 발매한 정규 3집 은 알앤비 성향이 일관적이다. 뉴잭스윙 비트와 미끄러지듯 기름기 도는 보컬은 장르의 공식을 따른다. 허나 무언가 다르다. 장르의 전형에서 탈피하기 때문이다. 변칙적 편곡과 소리 활용은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조규찬만의 '알앤비 가요'를 구현했다.
음반의 회자엔 대중적 곡이 있다. C.C을 비튼 'C.F'의 애상감과 'Drive'의 그루브 사이로 선율감이 살아 있다. 'Drive'의 후반부 스캣부터 마지막 코러스로 뻗어나가는 곳 구성은 조규찬만이 펼쳐 보일 수 있는 자유로움. 리듬과 멜로디 양 축에 대한 높은 이해도에 대중적이면서도 뻔하지 않은 곡들이 잉태되었다. '아노미의 불바다'라는 노랫말의 반복에 동양적인 멜로디가 결합한 'Anomi'와 원맨 아카펠라가 촘촘한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한다' 등 일반적 알앤비 앨범으로 귀결될 수 없는 음반이다. 언어를 자유롭게 밀고 당기는 그만의 발화법과 '너를 읽고'의 겹겹이 쌓인 셀프 코러스는 긍정적 의미에서의 재능 쇼케이스다.
조규찬의 디스코그래피를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의 환경과 아티스트의 카멜레온적 다변성이 보장했던 초, 중기를 지나 '만일'과 '포유류'의 1999년 5집 와 기타의 악기성을 담은 로 실험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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