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사촌 동생의 취업을 축...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사촌 동생의 취업을 축하하지 않았을 것이고, 생일 턱을 내라 부르는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노트북이 얼마나 무겁다고, 그걸 집에 두고 오려고 약속 장소를 이태원으로 바꾸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말 저녁까지 일하러 가야 하냐는 아내의 투정을 뒤로하고 거래처 지인들을 만나러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입대 전 마지막 데이트라며, 실습 전 마지막으로 재밌게 놀자며, 결혼 전 마지막 파티라며 사랑하는 연인과 동료·친구들을 만나려던 욕심을 접었을 것이다.
살릴 수 있는 죽음이었다. “압사당할 것 같아요.” 그 신고는 압사 발생 4시간 전부터 빗발쳤다. 그에 앞서 ‘인파 관리가 필요하다’는 보고가 경찰 윗선에 올라갔다. 경고음은 곳곳에서 울렸지만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그날 집회를 막으려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했던 경찰은 수백명이 깔리고, 다치고, 죽고난 뒤에야 이태원에 왔다. 현장 대응 권한을 가진 자들은 스스로 결단하기보다 명령을 기다렸다. 연락이 곧장 닿은 이들은 그나마 나은 축에 속했다. 어떤 지휘관들은 연락조차 닿지 않아, 참사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도배한 후에야 황급히 외출복을 챙겼다. 희생자들이 벽과 벽, 사람과 사람 사이로 빨려 들어가도록 내버려 둔 것은 망가진 국가 시스템이었다. 비명과 눈물 속에서 손과 팔을 잡아당기던 현장 요원들은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삶의 불꽃을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황망함은 금세 기시감으로 바뀌었다. 애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듯, 일주일의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묻자”고 했다. 국무총리는 외신 간담회에서 생긴 동시통역 문제에 “잘 안 들리는 것을 책임질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라며 웃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미리 경찰을 배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용산구청장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했다. 미처 슬퍼하지도 못한 이들 앞에서 정부는 너무 빨리 이성을 되찾았다. 책임있는 자들이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투는 사이 정부는 가족을 잃은 이들을 방치했다. 슬픔을 보듬고 다독이기는커녕 숨기고 지우려 했다. 공감이 결여된 망언과 무표정한 공권력이 이들의 아픔을 헤집었다. 지하 35m 깊이에 추모공간을 만들라고 했고, 분향소를 세우려는 이들을 막고 끌어냈다. 지워지고 싶지 않아 광장에 세운 영정사진에 수천만원 변상금 통지서를 보냈다. 살아남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희생자에게 국무총리는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했는데, 유족은 그 발언을 장례식장에서 들었다. 이태원 참사 진상을 추궁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은 필담을 주고받았다. “웃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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