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사가의 폐막 이후 마블의 위용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흥행의 관성이 남아 있는지 아직 예매율만큼은 1위를 지켜내고 있지만, 장기적 흥행에서는 벌써 타 작품들에 밀려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로운 작품이 개봉될 때마다 신기록을 경신하던 그때의 마블에 비해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여 안타까움까지 느껴진다.
MCU의 자랑 중 하나였던 프랜차이즈 간 연계는 언제부턴가 진입장벽이라는 단점으로 변모했고, 디즈니+ 속 다양한 이야기들은 구독 경제의 압박과 피로에 묻혀 제빛을 피우지조차 못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 정확히는 의 후속 제작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스크린 안팎에서 영웅이 되었어야 할 그가 여러 논란에 가로막혀 인터넷 공간의 뜨거운 감자로 남고 말았으니, 이번에는 부디 우리가 캐럴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나아가 그를 또 한 명의 캡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의 인간적인 면을 화면에 담아 영웅으로서의 성장을 보여주길 바랐다.물론 캡틴 마블과 같이 능력적으로 완성된 캐릭터는 그의 성장을 표현하기가 결단코 쉽지 않다. 인격체로서의 성장이란 단순히 새로운 무기, 새로운 힘, 새로운 슈트를 쥐여준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거니와, 갈등의 대부분이 힘으로 해결되는 만큼 당사자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마블은 캡틴 마블의 이야기를 이어감에 있어, 단순히 새로운 적과 싸우게 되는 시리즈의 2편 대신 히어로들의 팀업 무비라는 이례적 선택을 내놓았다.
만일 이제까지와 같았더라면 그는 변화를 거부한 채, 그리고 자신과 마주하기를 거부한 채, 다시 혼자 훌쩍 날아가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얽힘 현상이 캐럴을 모니카와 카말라 곁에 묶어놓았고, 덕분에 본작의 매력인 스위칭 액션과 함께 '더 마블스' 사이의 교감까지도 일구어낼 수 있었다.캐럴은 홀로 우주를 지켜오며 줄곧 스크럴의 장치를 통해 잃었던 기억을 되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자신을 찾지는 못했는지, 그는 아직도 장치를 착용한 채 또다시 기억을 되뇌었다. 분명 그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같은 기억을 되돌려 보았을 테다. 그럼에도 인간 캐럴 댄버스를 찾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면, 필시 인간이란 나 혼자만의 기억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내게 기대고 또 내가 기댈 수 있는 타인을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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