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핫플'로 홍보하는 이곳, 조금 삐딱한 답사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곳 광주에서는 어느 곳에서든 무등산 꼭대기가 보였다. 여름엔 구름을 잔뜩 머금은 채로, 겨울엔 만년설처럼 두툼한 흰 모자를 쓴 채 우람한 자태를 뽐냈다. 광주에서 무등산은 바다의 등대, 하늘의 북극성 같은 나침반이자 상징적 존재였다.
마을 입구에 공용 주차장도 마련해두었고, 번듯한 관광 안내소도 갖추어놓았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데다 고샅길 어귀마다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길 잃고 헤맬 일은 없다. 바쁠 것 없이 얕은 담벼락 너머 남의 집 기웃거리듯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을 입구로 되돌아오게 된다. 지금 이곳의 공식 명칭은 '청춘 발산' 마을이다. 원래 이름인 발산마을 앞에 '청춘'을 수식어처럼 이어붙인 것이다. 마을 이름으로 쓰인 '고유명사'가 청춘과 어울리는 '동사'로 쓰이게 됐다. 일종의 언어유희인 셈인데, 이는 마을의 역사를 통째로 지우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압권은 '양학선 기념관'이다. 알다시피,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체조 종목 금메달리스트다. 도마 부문에서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여, 당시 그의 이름이 도마 기술의 등급 기준처럼 불렸다. 그의 생가터에 조그만 건물을 새로 지어 메달과 상장 등 소장품을 전시해놓았다. 유일하게 트인 곳이 잿빛 콘크리트 건물이 성냥갑처럼 늘어선 전남방직 공장 터다. 발산마을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공동운명체'로서, 일제강점기부터 십수 년 전까지 가동됐던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최근 터를 매입한 건설사가 내년 초 복합 쇼핑몰 공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복합 쇼핑몰이 완공되면, 이곳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말 그대로 밤하늘 별빛뿐이다. 그마저 쇼핑몰과 아파트가 늦은 밤까지 쏟아내는 휘황한 불빛으로 인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전망대보다 더 높은 고층아파트 스카이라인의 위세는 밤하늘 별빛마저 무릎 꿇릴 태세다.
전남방직의 역사가 지워지면, 발산마을도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유행처럼 '반짝 관광지'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삶의 터전으로서 지속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자면 여느 곳과는 차별화한 발산마을만의 '고유한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토박이 원주민도,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들도 주요 관심사는 '돈'인듯 했다. 쇼핑몰이 들어설 줄 알았다면 팔지 않았을 거라는 하소연부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허름한 집이라도 사둬야 한다는 조언이 오갔다. '청춘 발산'이라는 이름이 낯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까?[4.10 총선 칼럼] 총선 결과가 가져온 여당과 윤석열 정부의 위기 그리고 야당의 기회
Read more »
'5연패+9위 추락' 광주FC, 반등 해법은 최전방 카드와 수비 안정[K리그 1] 개막 후 2연승 후 내리 5연패 기록, 2주 휴식기 후 반등할 수 있을까
Read more »
초고령사회에서 퇴직 이후를 대비한 국민연금의 모습재정계산이 우리의 앞날을 말해줄 수 있을까?
Read more »
양구 민통선 두타연을 가보셨나요우리는 언제 다시 금강산을 가볼 수 있을까
Read more »
미국은 지금 국민의 '몸'을 놓고 전쟁 중[2024 미국 대통령 선거] 인권을 위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Read more »
'아이랜드2' 대규모 참가자 대신 소수 정예... 달라진 엠넷표 오디션[리뷰] 엠넷 글로벌 인기 케이팝 그룹 탄생시킬 수 있을까?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