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산업'을 아십니까... 한국서 '존엄하게' 죽을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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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죽음 부정하는 사회, 자기결정권은 유명무실... 새로운 '죽음 문화' 필요하다

2022년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말기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의사 조력자살' 법안, 일명 PAS 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한동안 대한민국은 의사 조력자살 찬반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웠다. 오래전부터 이 법안을 연구해 온 관련 학계는 일관되게 '조력자살'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지만, 안 의원을 비롯해 이 법안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를 '존엄사'라고 부르고 있다.

사회적 공론화 없이 긍정 여론을 위해 임의로 '자살'을 '존엄사'라고 포장하는 순간, '존엄'의 본질이 흐려지고 시급하고 보편적인 '권리'를 논의해야 하는 사회적 집중력이 분산되고 만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논해야 할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와 제도 개선의 우선순위는 어떤 것들일까? ▲ 연명치료를 중단했던 김 할머니가 별세한 2010년 1월 10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박창일 연세의료원장, 박무석 주치의 등이 김 할머니의 사망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연명의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병원 측이 연명의료 중단을 거부했던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 이후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자기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전격 시행되었다. 안규백 의원의 의사 조력자살 법안 역시 이 연명의료 결정법의 일부 개정안이다.

그 결과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20% 초반에서 답보하고 있다. 말기 환자의 90% 이상이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영국과 차이가 크다. 호스피스에 대한 홍보와 이해가 부족해서 여전히 죽으러 간다는 부정적 인식도 크지만, 호스피스 기관이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과 종교재단 병원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큰 이유다. 또한 연명의료 결정법 이후 위독한 상황에서 연명의료를 피하기 위해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허점이 있음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연명의료 결정법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이 죽음이 임박한 임종 과정에서 가능하다고 못 박고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외치면서도 비참한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는 제도가 미비하기보다는 생애말기 장소로 집이 아닌 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다. 누구나 늙으면 의존적인 삶을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생애말기 돌봄에 대한 사회적 대안에 철저히 소홀했다. 그 결과 노화도 병으로 간주하고 마지막까지 치료에 집착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고 병원은 삶의 마지막 장소가 되었다. 어찌 보면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맞이할 권리는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살다 죽을 권리와 그 뿌리가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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