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대한 폐쇄성으로 유명했던 일본이 혁신적인 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r이민 외국인 일본 한국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사람이 자원인 젊고 조밀한 나라였다. 1992년 한국에는 73만678명이 탄생했고, 모든 한국인을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이의 나이인 중위연령은 27.9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제는 마치 전설 속에서나 존재했을 법한 수치가 돼 버렸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31명으로 30년 만에 3분의 1토막 났고, 중위연령은 45세로 치솟았다.
먼저 한국과 가장 유사한 인구 구조 및 국민감정을 가진 데다가 장래에 한국의 이민 유치 경쟁국이 될 수 있는 일본의 상황과 노력을 현장 취재를 통해 보도한다.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으로 유명했던 일본은 “제도에 있어서는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혁신적인 변화에 나서고 있었다.도쿄 한복판 요양시설 외국인 채용…日 ‘쇄국’ 빗장 풀었다 “오이시캇타?”지난달 12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의 한 개호시설 ‘너싱빌라 르네사 요츠야’. 한 20대 여성이 70대 할머니에게 “점심이 맛있었느냐”고 물었다. 틀니를 빼고 있던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은 채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는 그날 오전 요양시설 취미활동으로 만든 카자구루마가 들려 있었다. 젊은 여성은 그걸 보고 “타노시캇타?”라며 연신 대화를 이어갔다. 할머니에게 일본어로 따뜻한 말을 건넨 이는 일본인이 아니었다. 그는 필리핀 노동자였다.
지난달 10일 만난 일본의 초대 출입국재류관리청장 사사키 쇼코는 “지금 일본은 ‘선택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일본의 이민청 격인 기관이다. 일본은 지난 2019년 이 기관을 신설하면서 아직 이민청이 없는 한국을 한발 앞서 나갔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실제 목적과 괴리된 위선적 제도”란 비판이 따라다녔다. 기껏 외국인을 교육해 숙련 인재로 키워도 지속해서 고용을 이어갈 수 없다는 한계도 명확했다. 외국인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으니 장시간 노동, 낮은 급여 등 인권 침해 논란도 심했다. 미국 국무부가 2021년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도 “외국을 거점으로 하는 인신 매매업자와 국내 업자가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 계속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일본은 이런 비판과 노동력 부족 현상 등을 고려해 지난 4월부터 이 제도에 대한 폐지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나카 아키히코 일본국제협력기구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전문가 회의는 지난달 10일 “기능실습제도 실습생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더이상 ‘국제 공헌’만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은 폐지안 초안을 작성했다. 최종안은 오는 가을쯤 나올 예정이다.
지난 2월 요양시설 ‘너싱빌라’에 취업한 4명의 외국인도 특정기능 1호 비자로 일본 땅을 밟았다. 마리 크리스틴은 “비자 자격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민간 교육 기관에서 6개월간 일본어와 돌봄 실기를 공부했다”며 “일본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화장실 에티켓, 교통 법규는 물론이고 ‘시간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일본의 조직 문화까지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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