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얼음물을 가지고 나와도 30분 만에 다 녹아버려요. 별 의미가 없죠.'
열흘 넘게 전북 전주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30일 오전 8시 30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골목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박모씨가 챙이 긴 모자를 고쳐 쓰며 말했다.하지만 여름철에는 한낮 뙤약볕을 피해 오전 5시부터 일을 시작해 11시께에는 이른 휴게시간을 갖는 미화원들이 많다고 했다.그가 100ℓ짜리 종량제봉투를 담아 끌고 다니는 미니 리어카 한쪽에는 물이 담긴 500㎖ 페트병 두 개가 놓여있었다.
박씨는"사업장에서는 미화원들에게 틈틈이 물을 마시고 그늘에서 자주 쉬면서 하라고 하는데, 쉬어도 더위를 피하긴 어렵다"며"종일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잠깐이라도 편히 쉴 곳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이제 막 일을 시작했는데도 그의 작업모 주변으로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나와 있었다. 김씨 역시"배달하기 전 우체국에서 물을 나눠주지만, 어차피 금방 미지근한 물이 돼 편의점에서 시원한 물을 사 먹어야 한다"며"그나마 그늘이 있는 원룸 주차장에서 틈틈이 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그는"헬멧을 쓰고 건물 안에 들어가면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20㎞ 미만의 속도로 골목을 달릴 때는 작업모를 썼다가 도로에 나갈 때는 헬멧을 쓴다. 더워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현재 전북 14개 시군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돼있다.이날 한낮이 아닌 오전 10시에도 정읍 31.6도, 군산 31.4도, 전주 31.1도, 익산 31도, 완주 30.7도 등 장수와 진안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0도를 넘었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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