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름이 사는 법] 김성 신부 (서귀포 '면형의 집' 원장)
"이 친구가 아니라면 이렇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이 친구에게서 희망을 보지 않나, 하고 느낍니다. 제주도가 멀어서 이렇게 올라오기가 좀 주저하게 되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만 되면 좀 도와주고 함께해보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동기라서가 아니라 정말 이 친구가 옳아서, 의연해서, 정의로워서, 진실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당시엔 지금과 달리 해병대와 해군이 함께 훈련을 받았습니다. 3개월 훈련을 받은 후 저희는 포항에 가서 한 달 동안 해병대 특수훈련을 따로 받은 것이지요. 4개월의 훈련기간에 정훈이와는 같은 소대에다 바로 옆자리여서 아주 친하게 지냈어요. 훈련 동기생이 한 200명 정도였는데, 임관한 사람은 165명이었습니다.""이 친구가 처음 볼 때부터 인품이 넉넉하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훈련 때부터 가깝게 지냈습니다. 해병대 훈련은 아주 셉니다. 그때가 벌써 30년 전인데 무척 많이 맞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무슨 특수훈련이라는 게 때리고, 안 먹이고, 안 재우고, 뭐 이런 것 같았어요. 그 정도로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동기생들 간에 좀 특별한 감정이 쌓였던 것 같아요.
"작년 가을에 이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길래 제가 이곳에서 2박3일 피정을 하게 했어요. 함께 숲길도 걷고 면담도 했는데, 그동안 힘들다는 말도 안 하고 잘 버티고 있다고만 하던 친구가 처음으로 힘들어하는 실상을 얘기하더라고요.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 압력이 어마어마했다는 겁니다. 군검찰이 며칠간 밤샘 조사도 하는 등 엄청나게 몰아쳤더라고요. 채 해병 수사외압 의혹사건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는 얘기도 했어요.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이잖아요. 그리고 해병대는 명령체계가 다른 어느 부대보다도 셉니다. 그런데 사단장, 사령관, 국방장관과도 계속 싸우고 있는 것 아닙니까.
채 해병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 했던 박정훈 대령이 오히려 항명죄로 재판을 받게 되자 해병대 전우들이 나섰다. 박 대령의 동기들이 앞장서고, 전국의 해병 출신들이 해병대 예비역 전국연대라는 조직을 결성해 집회를 하는 등 전에 없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병대 동기들과 예비역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본래 해병대 전우회는 매우 보수적인 조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극우단체로 보는 시각도 있고요. 그리고 거의 광적이라고 할 만큼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강해요.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보니까 좀 갈팡질팡하더라고요. 처음엔 해병의 충성심을 강조하다가, 조금 바뀌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가, 요즘은 중립적인 태도로 지켜보는 상태입니다.
"지도자, 결정권자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합니다. 최종 결정권자가 비상식적이니까 법과 원칙, 상식이 다 무너지고 흐트러지는 것 아닙니까.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치밀어올 정도입니다. 위에서 권력으로 내리누르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보니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이 떠오릅니다.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정상적인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비상식적이에요. 전두환이나 이명박 박근혜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국민 눈치도 보고 뭔가 제스처도 취했잖아요. 자기가 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인지 그냥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아요. 유시민 작가가 지난 총선 때 야권이 200석 이상 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없을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주교님들이 좀 나서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주교회의에서 현 상황은 비상식적이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중지하라고 한마디 해야죠. 지금 우리 사회에서 누가 어른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그래도 주교님들 정도 되면 어른이라고 할 수 있죠. 신부님들도 마찬가지이고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다만 지혜롭게, 논리적으로 아주 정연하게, 그리고 상식적으로 통할 수 있도록 말을 해야 합니다. 국민 사이에 이념 갈등이 심하고 정파적 대립이 심해 정권을 몰아붙이는 식으로 비판하면 일부 신자들이 들고일어나 막 싸우려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면형의 집 녹나무 제주도 최초의 피정센터인 서귀포 면형의 집 본관 앞에는 한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수령 250년의 녹나무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 황의봉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사설] 의료 현장 ‘총체적 난국’…정부는 무슨 대책이 있나이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에서 병원 간호사 등의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의료 현장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의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현재 의료 체계는 시한폭탄'이라며 '구급차는 지역을 넘어 뺑뺑이를 돌고 의료진의 번아웃(소진)은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Read more »
지분 7.8%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중립 위해 분쟁과 거리둘 듯현대차·LG·한화는 말 아껴한국앤컴퍼니는 최회장 지지
Read more »
트럼프 “저커버그, 4년 전 내 패배 모의...또 하면 평생 감옥”선거 시설 투자에 4억2천만달러 기부 트집잡아 저커버그 “이번 대선 중립...선거기부 계획 없어”
Read more »
임금교섭 장기화에 ‘중재 요청’한 플랜트노조, 서산시장은 “배은망덕” 비난플랜트건설노조 “노사분규 중재요청에 입틀막으로 화답하는 시장과 경찰, 대체 어느 시대 살고 있나”
Read more »
문재인 부녀는 '경제공동체', 윤석열 부부는 아니다?[이충재의 인사이트] 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받은 명품백은 뇌물 아니고, 전 대통령 사위 급여는 뇌물이라는 검찰
Read more »
혹시 내 부모님도 약 부작용? 한국 노인들이 위험하다[그 약이 알고 싶다] 의약품 부작용 예방은 최선의 피해구제 방안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