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 키루나. 이곳은 존재하기 위해 사라져야만 합니다.
편집자주인류와 지구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유럽의 마을과 도시를 탐험하는 기획을 신은별 베를린 특파원이 한 달에 한 편씩 연재합니다.스웨덴 최북단 도시 키루나에 위치한 스웨덴의 국영 광산 기업 'LKAB' 공장의 전경. LKAB는 키루나에서 철광석을 100년 넘게 채굴했다. 이 때문에 지반이 꺼졌고, 키루나는 기존 도심을 떠나 새로운 도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LKAB 제공 ⓒ Fredric Alm사연은 이렇다. 스웨덴 국영 광산 기업 'LKAB'는 1900년대부터 키루나에 풍부하게 매장된 철광석을 캐기 시작했다. 100년쯤 흐르니, 땅이 꺼지기 시작했다. '시청 등 주요 시설이 몰려 있고, 주민들이 모여 살던 원도심이 수십 년 안에 폭삭 내려앉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2004년 LKAB와 키루나시는 "원도심을 버리고, 신도심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스웨덴 최북단 도시 키루나의 전경.
'초대형 싱크홀' 위에서 살아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일부 건물에선 갈라짐 등 붕괴 전조 현상도 보였다. 그렇다고 LKAB에 '채굴 중단'을 요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주민 상당수가 LKAB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으며 생계를 이어간 탓이다. 키루나시에 따르면, 약 2,000명이 LKAB에서 근무한다. LKAB를 대상으로 한 운송업, 요식업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키루나에서 LKAB 영향권 밖에 있는 이가 드물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유엘은 "철광석이 키루나뿐만 아니라 스웨덴을 먹여 살리는 자원이라는 점도 주민들 선택에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좋든 싫든, 주민 대다수가 동의했고, '도심 이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도시엔 공사 현장의 소음이 가득했다. 원도심에선 건물 철거 작업이, 신도심에서는 새 건물을 짓는 작업이 한창이다. 무릎까지 눈이 쌓인 도로를 굴삭기 등이 끊임없이 오갔다. 키루나의 도시 계획을 총괄하는 니나 엘리아손 수석건축가는 2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전체 사업 중 절반 정도 진행됐다"고 했다.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해도, 이동 중 건물이 붕괴되거나 훼손될 위험을 배제할 순 없다. 이에 2026년 이사를 앞두고 교회도 잔뜩 긴장 중이다. 교회 관계자는 "전문가들을 믿지만, 어떻게 100% 안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첫 단추 '꼼꼼히' 끼워야"... '협상의 늪'서 얻은 교훈도심 이전 사업을 주도하는 건 LKAB다. 철광석 채굴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루나시의 부담도 상당했다. 전체 스케줄을 짜고, 이에 따른 행정 절차를 진행하며, 무엇보다 LKAB와 주민 간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등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신도심 이사를 원치 않는 원도심 주민들에겐 어떤 보상을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잘 맞지 않았다. 미국 기반 언론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2014년 "키루나시의 안 카트린 프레드릭손 법률 고문은 LKAB와 보상 체계를 합의하는 데에만 1년을 썼다"고 보도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LKAB가 시세보다 25% 높은 가격으로 부지, 건물을 매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원도심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엘리아손 수석은"당장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건물과 공간이라도, 그것을 철거하는 게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겐 아픔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건물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곳에 담긴 역사 등을 문서로 정리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옛 시청에 있던 종탑은 새 청사 건물에 재활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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