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시간 제한도 무의미한 노동자들(상)]“과로사요?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이미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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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시간 제한도 무의미한 노동자들(상)]“과로사요?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이미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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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시간조차 없어요. 그러다 보니 노총각도 다른 직종에 비해 많고요.” 항공기 지상조업사 ‘샤프에비에이션케이(샤프항공)’ 인천지점에서 일하는 A씨는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지상조업 노동자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뒤 한 달이 흘렀다. 특정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가능케 한 이 방안은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지시를 내렸고, 고용노동부는 보완책 마련을 위해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공항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기 때문에 샤프항공 노동자들은 교대제 근무를 한다. 오전조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이 기본 일정이다. 하지만 오후 4시에 ‘칼퇴근’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 A씨는 “기본적으로 3시간 잔업이 일상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직원이 줄었는데 이후 충원이 여의치 않아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저녁 6~7시에 출근하는 오후조도 다음날 새벽 3~4시에 퇴근하지 못하고 연장근로를 한다”고 말했다. 특례업종은 5년 전 대폭 줄었다.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는 2018년 3월 근기법을 개정해 특례업종 수를 26개에서 5개로 축소했다. 아울러 특례업종에서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특례가 유지된 5개 업종은 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보건업이다. 5개 업종에만 110만명가량의 노동자가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기 지상조업은 업종 분류상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에 포함되기 때문에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암벽 크레인 조종사들도 지상조업 노동자들처럼 교대제 근무를 한다. 한 항만하역사를 보면 주간조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한다. 야간조는 오후 7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근무를 한다. 한 달에 41시간은 기본적으로 연장근로를 하는 구조다.문제는 이 연장근로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상 24시간 연속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조 인원이 부족하거나 배 일정에 따라 일이 몰리면 주간조라 해도 오후 6시에 퇴근하지 못하고 야간조 근무 지원을 나가야 한다. 이러면 오전 8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일하게 된다. 크레인 조종사 B씨는 “주간조지만 야간조 지원근무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이 경우 ‘24시간 근무’를 하고 오전 7시에 퇴근한다. 집에서 잠을 잔 뒤 다시 오후 6시에 출근해 또 24시간 근무를 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사흘간 11시간만 쉰 것”이라며 “21세기에 이렇게 근무하는 데가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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