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르포] '특별법도 거부한 윤 대통령, 이태원 유족에겐 나라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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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골목 찾은 시민들 "진상규명 반대한 무능한 정부"...유가족 '생명안전 3대과제' 발표

총선을 앞두고 이태원 골목, 그리고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참사 발생 500일을 훌쩍 넘긴, 그리고 총선을 보름 정도 앞둔 지금, 가 찾은 두 현장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강하게 깔려 있었다.

"아들 떠나보내고 분향소 차려지고 나서는 매일 나오지. 성남에서 서울광장까지 넉넉잡아 2시간 정도. 빨리 나오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있고, 어떨 땐 7시까지 있기도 하고. 아이들 영정에 쌓인 먼지 털어내고, 분향소 주변 쓸고 닦고, 청소기로 낙엽도 싹 밀고." "윤석열 정부도 비상식적이지만, 180석 가까운 야당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도 참 답답해요. 여야 합의를 위해 유가족들이 양보했는데도 특별법 제정이 무산됐잖아요. 그런데도 미안하다는 말 한 번 못 들어봤어요. 특별법 생각만 하면 늘 이렇게 눈물이 먼저 앞서요."

10분 넘게 분향소에 놓인 영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기도한 안아무개씨는 "의정부에서 서울에 올 때마다 분향소에 들른다"라며 "10년 전 세월호로 희생당한 아이들을 기억하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또래들이 이태원 참사로 또다시 하늘의 별이 됐다. 그런데도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왜 아이들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냐"고 분노했다.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20m 정도 떨어진 그 골목은 전보다 발길이 줄어 한산했다. 해밀톤호텔 옆 참사가 발생한 장소였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이곳에는 추모 설치물이 만들어졌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게시판을 보기 위해 골목 초입에 잠깐 멈춰 서거나, 참사 현장인 걸 알고는 일부러 골목을 피해 돌아가기도 했다. 모두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해방촌으로 가는 길에 이곳 골목을 지나던 정도연씨도 "친구가 참사 발생 한두 시간 전까지 이곳에 있다가 되돌아갔단 얘길 듣고 놀라서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희생된 게 생각나서 들르게 됐다"며 "정부는 참사가 발생하면 항상 몇 명의 잘못으로 몰아가며 무마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태원 참사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희생자 명예 회복과 추모사업, 피해자 지원 등도 담겼다. 그러나 정부는 특조위의 과도한 권한,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의 어려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들며 윤 대통령에게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대통령은 끝내 특별법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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