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변의 부커상 셰한 카루나틸라카 장편참혹한 살육의 과거사 복기‘해학에 찬 분노’로 인간성 탐구“지금 경제난은 그때와 비교 불가…언젠가 판타지 코너에서 소설 보길”
언젠가 판타지 코너에서 소설 보길” 2009년 1월 스리랑카 내전 중 반니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 정부군과 타밀 엘람 호랑이 해방군 간 25년여 전쟁을 촉발시킨 1983년 ‘검은 7월’ 당시 싱할라족들의 폭동으로 타밀족 5638명이 죽고 15만명이 집을 잃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지난주 발표된 노벨문학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이 다음달말로 다가왔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5월 선정된 바 있다. 영연방권에 출간된 번역 작품이 대상인데, 2022년 이 부문 최종후보에서 탈락한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최근 국내 출간으로 확인되는 진수는 스리랑카의 참혹한 과거사를 복기하는 작가의 창의성이다. 추리 스릴러의 외투 속에 해학과 풍자, 판타지를 가득 덧댄 채 수십년 이어진 살육전의 상흔, 그럼에도 절멸하지 않는 인간성, 그 최소단위라고 할 사랑을 캐물어 가는 도정이 돋보인다. 부커상 심사위는 “분노에 찬 코믹”이라고 평했고, 작가 자신은 “웃음이 확실한 우리의 대응 원리”라고 말한다.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 스리랑카다. 1955년생 사진작가 말리는 도박이 취미고, 위트와 활력이 넘치며 남자에게 더 성적 매력을 느낀다. 서른다섯살이 되던 1990년, 말리는 처참히 살해당한다. 아버지가 싱할라족, 어머니가 타밀족인 사실과는 무관하다. 그는 이생과 후생 사이 ‘중간계’에서 배회하며 죽은 이유 나아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를 좇게 된다. 숱한 원혼들을 만나면서다. 그가 이미 사진으로 찍거나 거리에서 만났던 이들, 신문기사로 보았던 이들이다. 왜 아니겠는가.
그해 타밀 반군의 정부군 습격에 격분한 싱할라족들이 7월말 수도 콜롬보에서 타밀족을 마구 죽이는 참상을 말리는 카메라에 담는다. 이후 그의 필름은 타밀군의 테러, 정부군의 타밀족 학살, 좌파 살인 현장, 인도군의 개입과 만행, 영국인 무기상 등으로 채워진다. 말하자면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진”이요, “전쟁을 멈출 수 있는 사진”이지만 기억되길 원치 않는 세력들에겐 찾아 없애야 할 사진이다. 머리를 들고 다니던 한 노인은 말리에게 따진다. 머리 없는 자기 시체를 찍고선 사진설명에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인은 말한다. “틀림없이 사후세계가 에어랑카 항공사 광고 같은 거라고 생각했겠지?… 혹시 사후세계는 고문실 같은 거라고 상상했나? 정부의 폭탄 공격과 반군이 설치한 지뢰 사이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민간인 같은 사후?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이름 때문에 잡혀서 두들겨 맞는 사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은 지옥, 한창 성업 중이지.”첫번째는 중간계를 지나 닿는, 환생 가능한 “빛”의 세계다. 완전무결로 보이는 빛의 세계는 그러나 이전 세계를 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너무 강한 빛은 필름을 백화해버리는 것과 같다. 세나는 중간계의 원혼들에게 이생을 기억해야 하고, 복수는 권리라 주장한다. ‘빛’을 거부하자는 거다. 반면 라니는 “중간계는 절망을 먹고 사는 존재로 가득 차 있다”며 빛의 세계를 종용한다. 그에겐 이제 복수가 정의도 희망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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