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자 박희병 명예교수의 마지막 강의 책으로 하위주체 부각하고, 토풍과 화풍 길항에 주목 “고전문학은 탈근대문학 모색에도 중요한 원천”
“고전문학은 탈근대문학 모색에도 중요한 원천” 18세기 조선의 문인화가 윤덕희의 ‘독서하는 여인’. 조선의 여성 독자층은 국문소설의 형성과 전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한국고전문학사 강의 1~3정년을 앞두고 있던 2021년 봄 학기, 박희병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문학과 학부 강의로 ‘한국고전문학사’ 과목을 맡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40년 가까이 가르쳐온 익숙한 주제였다. 코로나 사태의 한복판이라 비대면 온라인으로 행해진 이 강의의 수강생은 61명. 국문학과 학생 40명에 다른 전공 학생 21명이 추가됐고, 타 대학 교수와 박사과정생,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교수를 포함해 16명도 청강생으로 합류했다. 이 강의를 녹취하고 수정·보완해 출간한 책이 세 권짜리 ‘한국고전문학사 강의’다.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상하층이 망라되어 등장하며 특히 “하층의 이름 없는 백성들에 대한 존중과 친화감이 대단히 짙게 표출되어 있다.” 꾸준한 염불 정진으로 서방 정토로 올라간 여종, 서답 빠는 여인으로 몸을 바꿔 원효에게 가르침을 준 관음보살 등의 이야기는 하층민에 대한 존중과 함께 진보적인 젠더 관념을 보여준다. 나말여초에 창작된 전기소설 ‘호원’은 ‘삼국유사’에는 ‘김현감호’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었는데, 주인공인 호랑이 여인을 밀어내고 조연인 남성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잘못되었다고 박 교수는 지적한다. 황진이를 필두로 한 16~17세기 여성 작가들과 조선에서 제일 긴 소설 ‘완월회맹연’을 쓴 이씨 부인,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철학자 임윤지당과 국문 기행문 작가 남의유당, 작중 인물인 초옥과 덴동어미 등은 여성 주체의 새롭고도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토풍과 화풍 개념을 통해 한국고전문학사에서 주체성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 것 역시 이 책의 커다란 특징이다. 토풍이란 우리 고유의 풍속이란 뜻이고, 화풍은 우리나라에 수용된 중화의 영향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두 지향이 길항하고 습합하면서 전개된 것이 한국고전문학사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신라 향가는 중국의 당시와 일본의 단카와 비슷한 시기에 창작되었는데, 서정시로서의 깊이와 주제의식에서 중·일 두 나라의 경쟁자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고려 시대에 과거제가 시행되면서 중국 경전에 대한 지식을 중시하는 바람에 화풍이 강해지고 토풍은 위축되기에 이른다. 묘청의 난을 계기로 김부식이 정지상을 숙청한 일은 토풍에 대한 화풍의 승리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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