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함께한 미술관 탐방 허물어지는 고정관념, 차별과 위계 인간과 사회, 예술의 본질을 묻고 경계 넘어 찾은 따뜻한 ‘함께하기’
경계 넘어 찾은 따뜻한 ‘함께하기’ 일본 구로베시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만난 가자마 사치코의 작품 ‘디스림픽 2680’ 앞에 선 ‘전맹 미술 감상자’ 시라토리 겐지와 그의 친구들. 사진 가와우치 아리오. 다다서재 제공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일본 이바라키현 미토시에 사는 시라토리 겐지는 ‘전맹 미술 감상자’다. 시력이 0으로 빛을 전혀 지각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인 그는 매년 수십 번씩 미술관에 다닌다. 매일 산책을 하며 오른손에는 흰지팡이를 들고 왼손으로는 디지털카메라를 배 쪽에 댄 채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사진가이기도 하다. ‘눈이 보이는 사람’ 대부분은 아마 머릿속에 이런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다.
시라토리가 미술을 감상하는 법은 이렇다. ‘눈이 보이는’ 동행자의 팔꿈치 부분에 살짝 손을 대고 반걸음 뒤에 따른다. 작품 앞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말해달라’고 하면, 동행자가 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이래저래 묘사한다. ‘빨간 스웨터를 입은 한 여성이 강아지를 안고 있다’ 식의 설명이 시라토리에게 전해져 마치 눈이 보이는 사람의 경우처럼 ‘시각화’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의 흥미는 “‘눈앞에 있는 것’이라는 한정된 정보에 기초해 이뤄지는 즉흥적인 대화”에 있다. 그와 함께하는 동행자는 작품을 더 세밀하고 새롭게 보게 된다. 여성의 얼굴이 슬픈지 어떤지, 배경이 여기일지 저기일지 등 저마다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각자 다른 것들을 읽어내고, 때론 같은 것조차 전혀 다르게 본다는 것도 깨닫는다.
시라토리는 어떤 계기로 미술 관람자가 되었을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한마디로 ‘눈이 보이는’ 사람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다. 맹학교 졸업 뒤 안마사가 된 그는 ‘맹학교 외의 사회를 거의 모른 채 살아도 될까’ 의문이 들어 대학교에 진학했고, 한 여성과의 데이트를 계기로 미술관에 빠져들었다. “맹인이 미술관에 다니는 건 어쩐지 맹인답지 않은 행동이라 재밌기도 했”단다. 무작정 미술관에 전화를 걸어 “전맹이지만 작품을 보고 싶다. 누군가 안내를 해주면서 작품을 말로 설명해달라” 부탁했고, 그때부터 미술 관람자의 길을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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