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쓰레기’ 더미가 ‘다른’ 세계로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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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쓰레기’ 더미가 ‘다른’ 세계로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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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림책 작가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초기에는 출판사가 인맥 등을 통해 직접 발굴하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러다 1999년 문을 연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를 비롯해 여러 작가 학교를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특히 2013년 개설된 이

한국의 그림책 작가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초기에는 출판사가 인맥 등을 통해 직접 발굴하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러다 1999년 문을 연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를 비롯해 여러 작가 학교를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특히 2013년 개설된 이미지짓기학교 ‘그림책향’은 작가 양성에 있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림책향의 성과는 화려하다. 12년 동안 400여 명의 예비 작가가 배출되었는데, 이들 중 반 이상의 작가가 총 220여권에 이르는 책을 출간하였다. 또한 2015년 이래 10여년간 그림책향을 거쳐 간 13명의 작가가 라가치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이 이 기간에 라가치상을 매해 두 개에서 다섯 개 분야를 수상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매우 놀랍다. 하지만 보다 주목할 것은 그림책향의 독특한 색깔이다. 학교 운영자인 향출판사의 김향수 대표는, 당시의 그림책계가 어린이를 염두에 둔다는 명목 아래 인성 향상이나 특정 가치의 지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주류여서 이를 벗어나고자 새로운 작가 양성 코스를 기획했다고 회고한다. 그림책향은 ‘이상하면서도 맛있는 그림책’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글이 아닌 시각적 흐름이 앞서는 이미지 예술로서의 그림책을 지향한다.가령, 신성남의 ‘여름의 선’은 참외의 하얀 줄로 농부의 노고를 표현하고, 멜론 껍질 위의 얽힌 줄로 세상과의 다양한 연결을 상징하고, 수박의 울퉁불퉁한 줄을 통해 인류의 노동을 드러내면서, 놀라운 여름의 선을 도출한다. 한편, 밤코의 ‘모모모모모’에서는 그림과 따로 놀던 문자가 책장이 넘어감에 따라 어느새 그림과 통합되어, 그림문자가 되는 낯설고 재미있는 이미지 경험을 하게 한다.

이러한 유연한 상상은 이른바 ‘쓰레기’ 만들기라는 과정 때문에 가능했다. ‘쓰레기’는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흘려서 만드는 습작 더미를 의미하는데,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방어기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적용하는 데 유용하다. 쓰레기라고 해서 그저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과정이 끝나면서 나오는 한 사람당 30여개 이상의 ‘쓰레기’에서 실제 그림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김향수 대표는 다수의 기호에 부응하기보다는 ‘요즘 그림책 달라졌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결과물 중 일부를 책으로 내는 향출판사의 경우, 매출의 60%가 대형 유통망보다는 동네 책방에서 나오는 것은 그러한 지향성이 낳은 결과이다.

무엇보다 향 그림책의 중요한 특징은 창작자의 가장 개인적이고 사소한 시선을 통해 우리 그림책의 다양성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마이너리티적인 성격의 책이, 이른바 대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보다 더 많이 팔리기도 하며,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고급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익숙함을 낯설게 보는 소수의 눈이 창조해낸 다양한 그림책, 이것이 현재 우리 그림책 생태계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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