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과 조롱을 받으...
“연수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과 조롱을 받으며 30대를 보냈다.” 소설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마주치면 똑같은 글씨인데도 굵게 도드라져 보인다. 별일 아니라는 듯 문체는 덤덤하지만 조언과 충고보다 비난과 조롱을 받는 것이 별일 아닌 사람이 대체 어디 있을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일까. 안보윤의 ‘너머의 세계’에 나오는 연수라면 그렇게 말하는 일도 어색하지는 않다. 한때 중학교 교사인 연수는 도를 넘게 장난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학생 한모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한모가 자신이 교실에 들어가려는 찰나마다 앞문을 닫아버리거나, 다른 학생들 앞에서 놀리듯이 햄스터 같아서 귀엽다고 말하거나, 여교사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리적으로 위협할 때마다 연수는 교사로서 적절한 반응을 하지 못하고 당황하거나 혼자서 괴로워할 뿐이다.
교사가 학교를 떠나 이제 어떤 곳에도 몸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끝나는 소설의 마무리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비하면 차라리 행복한 결말처럼 보인다. 지난달 근무하는 초등학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사, 아동학대 혐의로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해 직위가 해제된 특수교사를 떠올려본다면 말이다. 소설과 현실의 근본적인 공통점이라면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공적인 교육 체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학부모와 교사 개인끼리 서로를 고발하며 맞서게 되는 구조다. 특히 유명 웹툰 작가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를 신고한 사건은, 작가가 아동학대 혐의의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나 발달장애학생이 교실 내에서 취했던 특정한 행위 등으로 자극적으로 소비되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정동을 쏟아낼 계기라도 만났다는 듯 인신공격과 장애아동혐오로 얼룩진 장으로 번졌다.
이런 현상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교권 문제가 단지 일부 학부모의 극성 민원과 일부 교사의 고된 경험에서 비롯했다는 착시를 일으킨다.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은 특수학급 증설 반대서명을 한 학부모이기 이전에 차별 없는 통합교육 구축을 위한 제도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특수교사 개인의 희생에 기대는 교육 시스템이고, 교사 인권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교사를 고발한 일부 학부모이기 이전에 교사들이 학교에서 노동자로서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제도적 환경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스템에서 각각 보호받지 못한 개인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고발하는 방식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비밀출산 보장·배드파더 추징' '모든 임신'을 국가가 보호하는 독일임신, 출산, 양육은 누군가에겐 행복이지만 누군가에겐 불행일 수도 있다. 임신, 출산, 양육의 책임을 개인, 특히 엄마에게 떠넘길 때 영아 유기·살해 같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①임신, 출산, 양육의 모든 단계마다 국가가 촘촘한 지원을 해서 사각지대를 없애고 ②아이뿐 아니라 엄마와 부모를 동시에
Read more »
이동관 후보자 부부, 주식투자 대기 '총알'만 17억 5천이 후보자 부부가 지난 3년간 주식으로 받은 배당소득은 5억원이 넘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공동명의 강남아파트 주식투자 주식부자 배당금
Read more »
러시아 미사일 우크라 동부 중심부 강타 - BBC News 코리아러시아 미사일 우크라 동부 중심부 강타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중심부를 타격해 4명이 사망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Read more »
먹고 살기도 빠듯한 서민···자녀 학원비가 더 들어간다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서민가구가 한달 평균 학원비로 식비나 주거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
Read more »
우리 반말 말고, '평어'로 말해볼까?우리 반말 말고, '평어'로 말해볼까? 평어 예의 반말 존댓말 선혜련 기자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