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가치를 세워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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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4%가 직업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월급과 안정성, 즉 평생 소득을 꼽았다. 반면 스웨덴인의 76%는 보람과 동료를 직업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답했다. 자녀 양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을 묻는 세계가치관조사에서 한국은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을 택한 비중이 최하위인 나라 중 하나다. - 중앙시평,직업 선택,고비용 사회,사회 갈등,연봉,월급,정부 정책,의료체계,의료수가

1990년대 후반 영국 대학 조교수일 때 필자의 연봉은 세전 2000만원을 조금 넘었다. 4인 가족이 겨우 먹고살 정도였다. 같은 나이 또래의 교사나 소방관과 비슷한 액수였다. 교수들의 불만은 정부를 향했다. 교수노조는 수업을 중지하고 데모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참여하는 교수는 극소수였다. 학교 후문에 몇 명의 교수가 엉거주춤 서서 월급 인상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는 정도였다. 필자는 한 영국인 교수에게 왜 데모에 동참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가 말했다. “내가 좋아서 택한 직업이다.”한국인은 어떻게 직업을 선택할까.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4%가 직업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월급과 안정성, 즉 평생 소득을 꼽았다. 조사 대상 47개국 중 한국보다 이 비중이 높은 나라는 에티오피아, 이집트, 루마니아에 불과했다. 조사가 행해졌던 2005~09년에 세 나라의 평균 소득은 3000달러 정도였지만 한국은 2만 달러를 넘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가치는 사라진다. 저출산도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예전에는 결혼과 출산은 가치였기 때문에 비용을 계산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선진국의 출산율이 우리보다 높은 근본 이유도 결혼과 출산을 여전히 가치의 영역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 증원과 전공의 파업 문제도 이와 유사하다. 본질적인 문제는 전공의들이 의사 증원에 따라 미래 소득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데 있다. 결국 환자를 치료한다는 숭고한 직업을 소득 창출의 도구로 물신화시킨 까닭이다. 선진국에서는 계산을 따르는 합리성과 계산을 거부하는 가치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면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원시키는 ‘합리성의 재앙’에 직면했다. 마음의 힘에서 한국은 아직도 후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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