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매일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며칠 전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46㎜의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많이 쓰던 15㎝ 자 높이만큼의 물이 1시...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복합재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정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매일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며칠 전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46㎜의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많이 쓰던 15㎝ 자 높이만큼의 물이 1시간 만에 머리 위로 쏟아진 것이다. 여기가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사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높아졌고 주변 해수면 온도 또한 상승해서 이미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짧고 굵게 아열대 스콜 같은 집중호우가 내려도 어색한 상황은 아니다.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기상학적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름 기후가 변한 것이다. 한반도 여름 기후 그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똑같은 메커니즘의 강우 패턴이 형성되어도 비가 더 많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비는 분명 기후변화의 증거라고 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
강한 집중호우로 너무 많은 비가 내리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다양하게 발생한다. 바로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복합재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하나의 재해가 또 다른 재해를 순차적으로 유발하거나 두 개의 다른 재해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가 더 많이 오면 홍수가 발생하고 심하면 침수 피해가 생긴다. 농경지 같은 경우 농작물의 피해가 발생하여 당장 밥상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오늘 식당에서 먹은 상추, 깻잎이 내일은 안 보일 수 있다. 만약 곡물이 원자재라면 2차, 3차 가공식품의 가격이 시간차를 두고 오를 수도 있다. 올여름 이미 축구장 1900개 면적의 농경지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니 큰일이다. 산림지역 또한 집중호우로 인해 산림작물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으며 산사태 발생 시 주변 도로 및 주거지역까지 큰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강한 집중호우가 이어진다는 것은 물이 가득 찬 화분에 계속 물을 부어주는 꼴이다.
일반적으로 도시 지역은 집중호우로 인해 하천이 범람하여 홍수가 발생하거나 하수 관망의 배수시스템 통수능력에 따라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도시의 침수는 하천 범람 때문이라기보다는 도시 내 배수시스템의 설계 홍수량을 초과하여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심 내 배수시스템의 설계용량을 높이거나 도시 지역에 빗물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도심 내 빗물받이는 불투수층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중요한 빗물 배수시스템 중 하나로 빗물을 모아 배수시스템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기반시설 요소이다. 따라서 집중호우 시 빗물받이를 통해 원활하게 배수시스템으로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빗물의 흐름에 방해를 줄 수 있는 빗물받이 덮개 위 낙엽 및 쓰레기 등을 미리 잘 처리해야 한다.
최근에 집중호우로 인한 생태계 변화에 대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바로 집중호우로 인한 온실가스 ‘메탄’의 자연 배출이다. 중앙아프리카의 집중호우로 인해 메마른 초원이 거대한 웅덩이로 바뀌고 그곳에서 다량의 메탄이 생성되어 대기 중으로 배출된 것이 인공위성에 포착된 것이다. 머리 위 700㎞ 상공에서 측정될 만큼 많은 양의 메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메탄은 전 지구 메탄 농도 상승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극도로 건조한 환경이 물에 잠기자, 산소가 없는 환경을 좋아하는 메탄생성균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다. 메탄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대표적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대기 중에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처럼 대기 중 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메탄은 배출 후 20년 동안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 이상인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처럼 기후변화로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바닥에 떨어지는 물의 양이 늘어난다는 물리적 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 생태계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과정을 통해 서로서로 연결하고 있으므로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다가올 폭염이나 가뭄도 마찬가지다. 절대 하나의 물리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 측면에서 복합재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진단하여 피해가 어디까지 발생할 수 있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큰 피해는 비가 그치고 난 이후에 시작될 것이다.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근무 중이다.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올여름이 제일 시원할 것입니다아침부터 시원하게 내리는 비가 반갑기 그지없다. 사실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지 않기에 여름 장마 기간은 늘 피하고 싶은 시즌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며칠간 이어지던 폭염으로 본...
Read more »
150만원으로 사는 3인 가족, '두 아이 공부하고 싶다는데'[최저임금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⑤] 학교 미화 비정규직 노동자 김정희씨
Read more »
올해 119살... 저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입니다미술관을 의인화해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하는 전시 '길드는 서로들', 7월 7일까지
Read more »
뇌물 받고 군사반란 가담한 사람들, 다 여기 묻혀있습니다[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 5공화국 주요 인사 15명은 어떻게 현충원에 묻혔나
Read more »
66세, '사회복지사 자격증' 준비하는 그의 야심찬 계획[신나는 인생 2막 여덟번째 이야기] 공계진 이음나눔유니온 조합원 "싸워야만, 세상이 바뀌어요"
Read more »
김 기자, 김 PD에 도전하다'전주 FM 공동체라디오' 주민제작단 교육에 관한 후기 및 방송 이야기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