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핏대의 정치’

손호철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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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자기 언론에 자주 등장하게 된 단어다. 격노, 쉽게 말해 ‘핏대’가 처음으로 한국정치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잊을 만하면, 윤 대통령이 ...

‘격노.’ 윤석열 정부 들어 갑자기 언론에 자주 등장하게 된 단어다. 격노, 쉽게 말해 ‘핏대’가 처음으로 한국정치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잊을 만하면,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수해가 생기자 환경부에 격노했다, 수능 킬러문항에 대해 교육부에 격노했다, 안철수 의원의 ‘윤·안연대’ 발언에 격노했다 등 끝이 없다. 윤 정부의 지난 2년은 ‘대통령 격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로서 전시에는 나라의 존망을 좌우할 중대결정을 내린다. 전시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결정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대통령 격노 기사를 볼 때마다, “최고결정자인 대통령이 ‘분노조절장애환자’처럼 시도 때도 없이 핏대를 세운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해 왔다. 대통령이 자꾸 격노하면 장관과 보좌진은 올바른 보고를 하지 않게 된다. 대통령은 예스맨들, 즉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나라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대통령 스스로가 주변 인물들을 간신으로 만드는 것이다.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해 윤 정부는 투표 직전까지 박빙승부를 자신하다가 압도적인 표차로 참패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윤 대통령 자신도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투표결과를 그처럼 엉뚱하게 예측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핏대를 피하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만 보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과 멀어졌다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겼다.

윤 대통령의 ‘격노의 역사’는 꽤 길다. 금태섭 전 의원은 윤석열 대선캠프 시절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몇 차례 지적했지만 윤 대통령이 화를 내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김건희 리스크가 오래전에 지적된 문제지만 윤 대통령의 격노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지금같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만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격노를 제일 먼저 경고한 사람은 그가 정치에 입문했을 때 첫 대변인을 맡았다가 도중하차한 이동훈 전 조선일보 기자다. 그는 윤 대통령의 초기행보를 보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항우를 빗대어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해 “나 때문에 이긴 거야. 나는 하늘이 낸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1시간이면 혼자서 59분을 이야기한다. 원로들 말도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화부터 낸다”고 증언한 바 있다.

걱정한 대로, 윤 대통령의 핏대는 비극적 결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이 특검논쟁에 휩싸인 것이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폭우 실종자 수색작업 중이던 해병대 사병이 사망한 사건을 보고받고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했다는 주장이 쟁점이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이 정도 사건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화를 냈고 그 결과 핵심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됐고 이에 저항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혐의로 기소했다는 설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이 수사 불법개입 논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더욱 강해진 야권이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고 있어 재통과는 시간문제다. 윤 대통령이 격노하며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하려 한 배후로 김건희 여사를 의심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공범을 통해 김건희 여사와 연결됐다는 의혹이다.

윤 대통령의 ‘핏대의 정치’를 보면서 미국의 대통령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여러 연구가 잘 보여주듯이, 대통령은 능력과 리더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성격과 성정이다. 문제는 두 가지다. 앞으로 대통령을 뽑을 때 능력 못지않게 후보자의 성격·성정을 관찰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윤 대통령의 핏대를 남은 임기 동안 ‘관리’하는 것이다. 오랜 성격이 쉽게 바뀌겠냐마는, 윤 대통령이 화가 날 때면 격노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다스리라는 충언을 진심으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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