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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장애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수업이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동료 위원을 상대로 퀴즈를 냈습니다. 먼저 한동훈 위원장에게는 ‘장애가 있다’와 ‘장애를 앓다’ 중 어느 게 올바른 표현인지를 물었습니다. 한 위원장이 전자가 바르다고 했습니다. 빙고. 그다음 윤재옥 원내대표에겐 ‘외눈박이 같다’는 말을 적절한 표현으로 바꿔 보라고 했습니다. 윤 원내대표가 쉽게 답을 대지 못하자 ‘편협’이라는 힌트를 주며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고쳐 쓰는 게 좋다고 알려줬습니다.
이어 김경율 비대위원에게는 ‘눈먼 돈’을 대체할 올바른 표현에 관해 물었습니다. 김 위원이 ‘주인 없는 돈’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의심스러운 돈’이라고 정정해줬습니다. 구자룡 비대위원에게는 ‘절름발이 행정’을 옳게 바로잡으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김 의원이 제시한 모범 답안은 ‘불균형 행정’이었습니다. 저도 글을 쓸 때 조심하는 부분들입니다. 그래도 종종 장애를 비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쓰고 있는 것을 깨달아 놀라기도 합니다. 특히 전통적 표현에 장애 관련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소경 문고리 잡기, 꿀 먹은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앉은뱅이 신세 …. 과거엔 별생각 없이 쓰던 말입니다.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혐오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언어 습관일 뿐인데 지나치게 문제로 삼는다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하는데요, 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인다는 면에서 되도록 안 쓰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윤 원내대표가 김 의원이 낸 문제에 답을 하지 못해 당황해할 때 한 당직자가 “원내대표님 조금 전에 나가셨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윤 원내대표가 갑자기 회의장을 떠났을 리 없으니 분명히 농담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웃으며 “옆에 계신 것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한 장난이었습니다. 그 당직자의 분별없는 개그 감성이 비대위 회의를 ‘봉숭아 학당’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예지 의원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의 곁에는 항상 안내견 ‘조이’가 있었습니다. 조이는 가만히 있어야 할 시간이 길어져도 낑낑거림 한 번 없이 의젓하게 김 의원 곁을 지켰습니다. 그 대견함에 감탄해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았습니다. 가급적 직접 접촉을 하지 않는 게 안내견에 대한 에티켓이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주의력이 흐트러질 수 있어 안내견은 그가 지키는 주인만 만지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이가 등장하면 동료 정치인들이 쓰다듬습니다. 2020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 온 조이를 만지는 장면 때문에 장애인 단체와 언론으로부터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을 당한 뒤로도 그렇습니다. 이달 초 국민의힘 행사장에서 당 관계자들이 조이를 쓰다듬는 모습이 사진으로 널리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나는 누구이고, 내가 왜 배우를 하고 있고 …. 항상 드라마 안에서의 세상에서만 살다가 진짜 살고 있는 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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