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의 불편한 진실]‘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시민 위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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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의 불편한 진실]‘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시민 위한 정책이다
이범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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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진보적이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교육문제는 과열경쟁인데, 보수는 경쟁을 자연스럽...

나라에 좋은 일이다서울 학생·학부모를 위한나는 한국에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진보적이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교육문제는 과열경쟁인데, 보수는 경쟁을 자연스럽거나 불가피한 것, 심지어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사회생물학자에게 한국의 교육경쟁에 대해 질문하면 ‘인간의 본성상 어쩔 수 없다’는 요지의 대답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교육경쟁에 대한 보수의 입장이기도 하다.

여기까지가 2010년대 초까지 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후 나는 점차 한국의 진보세력이 교육경쟁을 해결하는 데 별로 유능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2년 대선 기간의 경험이었다. 참여연대에서 주최한 교육정책 토론회에서 나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에 이어 민주당에 채택된 이 정책은 서울대를 포함하는 주요 국립대를 묶어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나의 의문은, 그렇게 되면 기존에 서울대가 차지했던 지위를 연세대·고려대가 차지할 뿐 결국 대입경쟁이 크게 감소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의 문제제기에 대한 반응은 ‘그럴 리가 없다’는 반론이거나 또는 ‘너는 진보가 아니다’라는 공격이었다.

예를 들어 만 19세가 되는 시기에 100m를 10초대에 주파하는 A그룹과 11초대에 주파하는 B그룹을 나눈다고 해보자. 기존의 학벌 비판은 A그룹과 B그룹을 구분해 스탬프를 찍어주는 것에 주목한다. 기록이 10.9초인 사람과 11.0초인 사람의 차이는 미미하다. 통계적으로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같은 미세한 차이 때문에 A그룹과 B그룹의 사회적 평판이나 영향력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이것이 학벌 비판의 핵심이다. 그런데 A그룹과 B그룹은 서로 다른 스탬프를 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4년간 서로 다른 품질의 교육을 받는다. 이를테면 A그룹은 태릉선수촌에서, B그룹은 시립스포츠센터에서 훈련받는 것이다. A그룹에 더 좋은 장비와 코치와 프로그램이 붙기 때문에, 19세 때 존재했던 A그룹과 B그룹의 평균적인 능력 차이는 23세 때 한층 증폭되는 것이다.이것이 문재인 정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했을 때 드러난 일이었다.

대학서열은 자연질서가 아니다. 재정투자를 충분히 하면 신생대학임에도 금세 최상위권 서열에 오르는 것을 우리는 봐왔다. 학부 기준 1980~1990년대 개교한 포항공대, 카이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와 2010년대 이후 개교한 광주과기원, 대구경북과기원, 울산과기원, 한국에너지공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입경쟁이 ‘보다 높은 학벌’을 위한 경쟁이라기보다 ‘보다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한 경쟁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비유하자면 태릉선수촌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인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투자를 늘려 태릉선수촌 못지않은 기회를 많이 만들면 그만큼 대입경쟁은 줄어들 것이다.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집대성한 정진상 경상대 교수의 저작물에는 예산이나 교육품질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 하지만 대입경쟁을 완화하는 열쇠는 서울대의 학벌을 공유하는 신박한 입학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정투입을 통한 대학 교육품질의 상향평준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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