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문화의 창] 시각장애인의 옛 그림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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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문화의 창] 시각장애인의 옛 그림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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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일, 나는 경북도청의 동락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옛 그림 감상법’이라는, 세상에 있기 힘들고, 하기 힘든 강연을 하였다. 이 강연회는 포스코와 경북도청 공동 주최로 포스아트(PosART)로 재현된 조선시대 명화 56점이 출품된 ‘철 만난 예술, 옛 그림과의 대화’(8월22일∼9월 22일)의 부대 행사로 열린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내 강연이 끝난 뒤 수강자들과 작품 감상을 하는데, 역시 스토리텔링이 있는 작품에 큰 관심을 보였으며 이암의 ‘강아지’, 변상벽의 ‘고양이’ 등 형상이 있는 그림에 많이 몰렸다.

지난달 말일, 나는 경북도청의 동락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옛 그림 감상법’이라는, 세상에 있기 힘들고, 하기 힘든 강연을 하였다. 이 강연회는 포스코와 경북도청 공동 주최로 포스아트로 재현된 조선시대 명화 56점이 출품된 ‘철 만난 예술, 옛 그림과의 대화’의 부대 행사로 열린 것이었다.시각장애인들이 경북 도청에서 열린 포스아트에 출품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만져보며 작품 감상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서양에서는 교회당과 대저택의 장식벽화가 발달하였고 감상화로 풍경화, 정물화 등이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지는 것은 17세기 와서의 일입니다. 이에 반하여 동양화는 10세기 이전부터 수묵화에 의한 산수화, 사군자, 화조화, 인물화, 풍속화 등 감상화가 발전하였습니다.”“옛 그림의 핵심적 주제는 산수화입니다. 산수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5세기 종병이라는 분이 늙어서 산에 갈 수 없게 되자 방에다 산수화를 그려놓고 누워서 감상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를 와유라고 합니다. 처음 산수화가 등장할 때는 대자연의 수려한 아름다움을 담은 것이었는데 점차 인간이 서정을 발하는 산수인물화로 바뀝니다. 선비가 바위에 턱을 기대고 냇물을 바라보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송나라 휘종 황제가 화가를 뽑는 시험문제로 ‘봄나들이하고 돌아오는 길에 말발굽마다 일어나는 꽃향기를 그리시오’를 출제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수강자들은 ‘아!’하는 조용한 감탄과 함께 엷은 미소를 보였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설명에서는 그림의 형태는 물론이고 이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게 되는 긴 과정도 이야기하였고, 화조화로는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부인이 보내준 치마폭에 딸을 위해 매화 가지에 앉은 새 두 마리를 그린 것을 자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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