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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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는몸 이곳저곳의 증상들남들은 이해도 짐작도 못할나만 아는 고통과 허무 속괴롭고 또 외로웠다

괴롭고 또 외로웠다 나는 좀 이상한 체질을 타고났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미심쩍은 시선으로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주변을 의심해야 했다.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어떤 증상들 때문이었다. 나의 10대는 여러 알레르기와 안면 홍조로 점철되었다. 꽃가루와 동물 털 알레르기로 코밑이 늘 헐어 있었다. 홍조로 인해 뺨과 코가 얼룩덜룩했는데 그 때문인지 인상이 나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잔뜩 약이 오른 것처럼 새빨간 얼굴은 초등학교 졸업 앨범에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화장품으로 홍조를 눌러 기이할 만큼 창백한 얼굴이 졸업 앨범에 박혔다. 그래도 그 정도는 견딜 만했다. 비슷한 증상을 가진 아이들이 꽤 있었고 어른들은 내 뺨만 보고도 이유를 알았다.

문제는 음식 알레르기였다. 이건 매번 구차한 변명과 주의를 필요로 했다. 어린 시절 내게는 고기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주위에서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런 게 있어? 뭔가 착각한 거 아냐? 알레르기 증상도 희한해서 육류를 먹으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발목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적갈색 반점이 피어났다. 시든 낙엽의 색과 모양을 가진 반점들은 때론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시커메졌다. 나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분홍색 연고통을 달고 살았다. 빡빡한 제형에 냄새가 지독해 약을 바른 뒤에는 늘 콧물이 났다. 참지 못하고 고기 몇 점을 몰래 집어먹은 뒤엔 호된 질책에 시달려야 했다. 나는 새빨간 얼굴에 억울함을 매단 채 식탁에서 소외되곤 했는데 이게 웬걸, 그 모든 상황이 돌연 끝나버렸다. 어느 날부터 고기를 먹어도 반점이 돋지 않았던 것이다. 어리둥절한 채로 나는 그동안 못 먹었던 고기를 한풀이하듯 먹어댔다.

어느 날은 간장게장을 먹다가 목구멍이 빠듯하게 조여 오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하면서 물을 마시려는데 턱 아래로 물이 줄줄 흘렀다. 입술과 혀가 두꺼운 소시지처럼 부어오른 것이다. 나는 간장게장이 지나갔을 식도와 위, 십이지장 같은 곳을 떠올렸다. 이렇게 부풀다 통째로 터져버리는 것 아닐까. 증상이 심할 때는 간장에 절인 음식만 먹어도 목구멍이 조여 왔다. 나는 다시 긴장한 채 음식을 골랐으나 몇 년 뒤엔 증상이 깨끗이 사라졌다. 나는 게딱지에 열심히 밥을 비벼 먹어치웠다. 간혹 목이 따끔거렸지만 무시했다. 무시하면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증상이었다.

비슷한 일이 계속됐다. 생마늘이 닿으면 손끝이 개구리처럼 붓는다든가 하는 일들이 바통 터치하듯 번갈아 나타났다. 생마늘을 만질 수 없게 되면 강아지를 만질 수 있게 되고 꽃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되면 가슴과 등판에 반들거리는 비늘 같은 게 돋아났다. 나는 내 몸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었다. 온갖 검사 끝에 원인 불명이라고만 답하는 의사도 싫었다. 익숙한 것을 먹고 같은 곳에만 머물러도 내 몸은 틀림없이 무언가를 감지하고 고장 났다. 그러다가 돌변해서는 완전히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너도 참 유별나다. 나는 그런 말을 자주 들었다. 결국 증상이 없어졌으니 좋은 거 아냐? 누군가 쉽게 결론지을 때마다 그간의 노력을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을 겪는 동안 나는 줄곧 외로웠다. 괴로워와 외로워는 너무 가까운 말이구나. 모두가 이런 식의, 자신만이 아는 고통과 허무 속에 살고 있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외로운 곳일까. 서로를 이해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는 세계 속에 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내게는 충분히 괴로워. 외로워. 거울 속 입이, 또 다른 입이 말했다. 반대편으로 팔을 뻗어 퉁퉁 부은 손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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