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들은 절박한데, 뒷걸음질 치는 정부의 ‘기후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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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후행동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서울 도심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9·23...

‘세계 기후행동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서울 도심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9·23 기후정의행진’ 대회가 열렸다. 기후재난의 시대에 모두가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시민 3만명의 외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높게 메아리쳤다. 그러나 가뜩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기후변화 대응이 하위권인 한국은 나아지기는커녕 거침없이 후진 중이다.

이날 시민들이 외친 ‘5대 대정부 요구안’에 비춰 현실을 돌아보자.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야 하지만, 올해 집중호우 사망자 수는 12년 만에 최다였다. 탄소 저감을 위해 ‘공공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전력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30%에서 21.6%로 낮추는 대신 원자력을 32.4%로 늘렸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에도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이 잇따르는 중이다. ‘공공교통 확충으로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기후정의에 부합하지만 정부가 비효율적인 고속철도 분할체계를 고수하는 탓에 공공성이 큰 비수익 노선이 사라지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조차 “화력발전 시대는 종식돼야 한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외치지만 정부는 논의 구조에서 노동자들을 제외하는 ‘부정의’를 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내년 기후대응 예산은 기본계획보다 15.8% 부족한 14조원대로 전체 사업 중 71.8%의 예산이 깎였다. 원전도 탄소중립으로 포함하는 ‘CF 연합’ 결성을 꾀하는 정부는 원전을 배제하는 RE100이 표준이자 무역장벽으로 자리 잡는 현실에 눈을 감고 있다. 자칫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이 재생에너지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데 한국의 태양광 산업은 쪼그라드는 중이다. 정치권의 외면으로 국회에는 탄소배출 저감 및 신재생에너지 육성 법안 60여개가 쌓여 있다.

기후재난은 자연재해는 물론 물가 상승, 노동환경 악화 등 다양하게 파급되고, 사회적 약자들을 시작으로 점차 더 많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 정부는 시민들의 절박한 외침을 흘려듣지 말고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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