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이 펼쳐 보이는 저질 드라마newsvop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국민의힘이 법정투쟁 2차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법원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신청서를, 이 전 대표는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비대위원 전원의 직무집행과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서를 29일 법원에 제출했다. 점입가경이다.
당 밖에서 망나니춤을 추는 이 전 대표와 달리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보유한 어엿한 집권여당이다. 당정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나라를 이끌고 가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집단이다. 이것이 집권여당의 본분이고 헌법과 법률로 승인된 권한과 책임이다. 미우나 고우나 국가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보이는 행실은 동네 양아치 수준이다. 비대위원장이 무효인데 그 위원장이 임명한 비대위원들은 유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치에 맞지 않다. 법원에서 직무정지 결정을 하기 이전에 비대위원들을 임명했으니 문제없다고 하는 것은 논리가 될 수 없다. 더 가관인 것은 비대위원장이 직무정지 됐으니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겠다고 자임한 것이다. 비대위원장 자체가 무효인데 어떻게 그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가. 내 손 안에 들어온 권력을 순순히 내놓을 수 없다는 아집과 독선 외에는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가 없다. 이대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할 경우 차기 전당대회에서 이름을 올리기도 어려운 처지가 되는 것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들의 당권투쟁에는 노선도 없고 정책도 없다. 어떻게 하면 당을 집권여당답게 잘 꾸려나갈 것인가 하는 비전경쟁도 없고 국민의 삶을 살펴보기 위해 반드시 해야할 우선순위를 두고 하는 정책대결도 아니다. 오직 자신의 앞길, 공천권, 인사권, 명예욕을 판돈으로 놓고 벌이는 막싸움이다. ‘막장드라마’도 이 정도 수준이면 욕을 먹는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언제 끝날 지도 모른다. 이런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그토록 정권교체를 외쳤다니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사태의 중심은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다. 이 전 대표를 몰아낸 것이나, 이른바 ‘내부총질’ 문자로 기름을 부은 것이나, 비대위에 힘을 실은 것이나 모두 윤 대통령의 의중이었고 행동이었다. 그런데도 뒷짐을 지며 당에 책임을 떠넘긴다. 아무리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주인공은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펼치는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조차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