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해자 배제하고 정부 맘대로 강제징용 배상 끝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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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해자 배제하고 정부 맘대로 강제징용 배상 끝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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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 강제징용의 피해자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인 종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정부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개토론회에 피해자들이 반발하며 개최 중단을 요구했다.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측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단은 다음날 열리는 토론회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토론회는 외교부와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다. 피해자 측이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결정을 번복한 이유는 가지다. 당초 토론회는 외교부와 한일의원연맹이 주최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작 특정 의원이 주최를 맡았다. 아울러 피해자 측에는 토론 참석자, 발제문 등 기본정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 측의 항의에 뒤늦게 행사 개요와 토론자를 알려줬으나 가장 중요한 발제문은 하루 전까지 제공하지 않아 정상적인 토론이 어려운 지경이 됐다. 외교부는 11일 오후 6시까지 발제문을 주겠다고 전해왔다고 한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는 간단치 않은 법적, 외교적 사안인데 정부와 피해자가 해결책을 토론하는 중요한 자리를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준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2018년 10~11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후 70년이 넘어 인권과 정의가 바로 선 순간이었다. 일본 기업은 피해자들을 속여 비인간적 환경에서 강제노동을 시킨 뒤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수많은 우리 선열들이 죽고 다쳤다. 이는 명백한 전쟁범죄이자 반인륜행위로 피해자들은 당연히 해당 기업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고 양국 정부의 어떤 합의로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 측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핑계로 배상 의무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경색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갈등이 놓여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골적인 저자세 대일외교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불신과 우려를 키웠다. 외교참사로 꼽히는 뉴욕에서의 한일 정상회담, 북한을 빌미로 한 일본의 군비증강과 군사행보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이 그러하다. 강제징용 피해자 권리를 위해 싸워온 양금덕 할머니에게 수여될 예정이었던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 모란장’을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도 불러왔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도 굴욕적이고 편의적이다. 정부가 배상금을 한국기업이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한일청구권협정 수혜기업인 포스코에 기금 출연을 요청했다고 보도됐다. 그러나 국민적 비판이 거세자 한일 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일본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린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공범이거나 방관자였을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피해자들의 의사를 경청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 강화가 지상목표인 듯한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강제징용 배상을 빨리 치워야할 장애물처럼 대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피해자와 국민의 반대에도 굴욕적인 방안을 내놓고 일본과 교섭한다면, 제2의 한일협정이자 제2의 을사늑약으로 규탄받을 것이다. ‘친일정권’이 더 이상 비유나 조롱이 아니라 현실적 비판이자 역사적 평가가 될 수 있음을 깊이 새겨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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