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의 극한 대치로 민생 실종된 ‘블랙홀’ 정기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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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규탄하며 단식을 벌인 제1 야당 대표의 병원행과 검찰의 신병 확보 조치 소식이 동시에 이뤄진 상황은 극한 대립에 빠진 우리 정치를 적나라하게 상징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했다'며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 총리 해임건의안이 같은 날 표결에 부쳐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단식 이재명 병원 이송 날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가계빚 폭증 등 경제·안보 위기 속 무한 갈등만 19일째 단식을 이어 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검찰도 어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 배임,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정부를 규탄하며 단식을 벌인 제1 야당 대표의 병원행과 검찰의 신병 확보 조치 소식이 동시에 이뤄진 상황은 극한 대립에 빠진 우리 정치를 적나라하게 상징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게 되자 당장 공방전이 벌어졌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했다”며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한다고 사법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요청해야 마땅하다.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표결 결과를 유권자의 평가에 맡기고 신병 관련 논란은 이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급기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아무리 총리를 망신주고 정부를 흠집내도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반발했지만, 21일 본회의 표결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 총리 해임건의안이 같은 날 표결에 부쳐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총리 해임건의안은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자력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데다 이번 주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향후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도 여야 간 마찰은 증폭될 우려가 크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 간 경쟁이 과열되곤 했지만 이 같은 무한 대립은 도가 지나치다. 우리 경제·안보 상황은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모든 민생 이슈마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정쟁만 일삼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가계빚 증가가 경제의 숨통을 죄기 시작했고,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장률은 ‘잃어버린 20년’의 일본보다 낮아질 것이란 걱정마저 나온다. 북한과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와 첨단 군사기술을 주고받는 거래에 나서는 등 안보 위기도 커졌다. 정치권은 상대를 흠집내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결국은 자기 진영만 환호할 뿐이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부터 단식을 접고 건전한 견제자인 야당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국정 운영의 궁극적인 책임을 진 여권은 야당과의 대치로 일관하기보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타개할 정책적 대응과 협조 구하기에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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