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번방 방지법’ 비웃듯 반복되는 디지털 성착취물newsvop
n번방 사건과 동일한 형태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온라인으로 유포한 범죄가 또다시 발생했다. 현재 드러난 피해자만 6명. 이들 대부분은 아동·청소년으로 10대 초반, 중학생 미만인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주동자는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n번방 사건의 주동자인 조주빈, 문형욱 등이 검거되던 시점이다.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중에도 이를 비웃듯 또 다른 n번방들이 버젓이 성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들의 수법은 더 악랄하고 교묘해졌다. 과거 n번방이 고정된 방에 사람들을 유인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닉네임과 텔레그램 채팅방을 계속 바꾸는 식으로 추적과 감시를 피해왔다. n번방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이들을 돕는 척하다가 범행을 저지르는 수법까지 사용했다. 14세 피해자를 10시간 이상 협박하면서 50여개가 넘는 사진과 영상을 보내게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착취물이 오가는 채팅방 생태계엔 무려 5,000명 이상이 활동했다. “난 절대 잡히지 않는다”, 이는 이번 사건의 주동자가 한 말이다. 실제 지난 1월 피해신고가 접수된 후 지금까지 8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그 사이 채팅방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수사는 더욱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경찰의 늑장대응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음성화되고 변형되는 디지털 성범죄를 단속하고, 가해자의 신속한 검거를 위한 수사기법이 시급하다.
현행법 역시 과거보다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실효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성착취물 범죄가 근절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수요층의 존재인데, 이들에 대한 처벌 수준이 여전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성착취물 제작·유포뿐 아니라 소지·시청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졌어도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12% 정도에 불과한 반면 집행유예는 70%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처벌공백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서지현 검사가 팀장으로 있던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는 해산시키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에 대한 예산까지 삭감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근본적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만큼,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번 사건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정성있는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