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르포] 군부쿠데타 이후 '지옥 버스'로 되돌아간 양곤 시내버스 | 연합뉴스

[미얀마 르포] 군부쿠데타 이후 '지옥 버스'로 되돌아간 양곤 시내버스

이정호 통신원=미얀마 최대 상업 도시 양곤에서 서민의 발 역할을 하는 시내버스의 열악한 서비스에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양곤 시내버스 요금은 2021년 쿠데타 이후 2년 만에 2.5배까지 올랐다.양곤시 외곽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마 넨 씨는"2020년에는 양곤 시내 전체가 단일 요금으로 200짯이었다"라며"쿠데타 이후 거리에 따라 200짯, 400짯으로 이원화시키며 슬그머니 인상하더니 올해 300짯, 500짯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하루 왕복 400짯 들던 버스 요금이 불과 2년 만에 1천 짯 넘게 들어간다"며"차장이 밤에는 자기 마음대로 정상 요금의 2배인 1천 짯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고 외곽 노선에서는 강도가 난입해 휴대전화와 금 장신구 등을 털어가기도 한다. 경찰은 반군부 세력인 시민방위군과의 전투에 투입돼 치안에는 손을 놓고 있다.발 디딜 틈 없는 만원 버스에 에어컨도 켜지지 않아 금세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버스 안은 땀 냄새로 진동했다. 차장은 빨리 타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밀어댔다.수 삐 씨는"수치 정부 시절에는 10분만 기다리면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은 1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억지로라도 만원 버스를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시내버스 운전을 한 쪼 쪼 씨는"시내버스는 연료로 압축천연가스를 충전해야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정전 때문에 한 번 충전하는데 8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미얀마 시내버스는 과거부터 악명이 높았으나,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 정부 시절 크게 개선됐다.그러나 군정이 시내버스를 관리하던 양곤교통청 대신 양곤대중교통위원회를 만들면서 다시 '지옥 버스'가 됐다. 은퇴한 공무원 에이 싼 씨는"과거 시내버스는 차장과 운전자의 횡포가 심하고 차량이 너무 낡아서 비가 오면 도로에 고인 빗물이 내부로 튀어 들어올 정도였다"며"군정이 다시 버스 사업을 관리하면서 사업주 중심으로 운영하며 서비스를 옛날로 돌이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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