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코리아 르네상스를 제안한다

여야 당파싸움에 개혁은 소홀이대론 경제·사회 모두 후퇴연정 안되면 정책연합 구성해저출생·개헌·기후위기 등국가미래 좌우할 과제 임해야

국가미래 좌우할 과제 임해야 4월은 눈물의 계절. 멀리 4·19의 젊은이들, 가까이 세월호의 어린 학생들을 기억한다. 토머스 엘리엇의 '황무지'처럼 뒤섞인 선과 악에서 우상을 파괴하듯 죽은 땅에서 새싹을 키우려는 희망을 갖는다.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바깥으론 미국과 일본의 밀착과 러시아·중국·북한의 연합에 따른 신냉전이 한반도에서 외교, 안보, 국방, 통상의 제약을 가져오고 있다. 안으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제일 빠른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 가난한 농업국으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선착했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는 한국을 아시아·아프리카 개도국에서 선진국 31개국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이 끝났고,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다. 국가 주도 성장모델도 바꾸어야 하고, 대통령은 국회와 협치를 해야 한다. 우리 인구가 5000만명 이내로 줄어들 앞으로의 20년 안에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코리아 르네상스는 제도와 의식을 아우르는 미래 창발적 구조 개혁 프로젝트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 진보와 보수는 당파적 이해에 빠져 개혁에 소홀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 포퓰리즘과 진영 대립, 인구절벽, 디지털 전환과 탄소 감축 등 지속가능한 한국을 위한 미래 과제가 쌓여 있다. 국가 존립을 위한 비전과 전략의 합의를 위해 연합정치를 제안한다. 대연정이 최선이지만 적어도 정책연합이 필요하다. 첫째,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을 생태 친화적 국토 복원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계에서 인구 감소를 반전시킨 나라는 드물다. 출산율도 1.5명 수준까지는 회복하곤 하지만 그 이상이 어렵다. 자녀수당, 세금 감면, 주택 제공, 경력 이음 등을 아우르는 가족 복지가 필요하다.

둘째, '87년 체제'의 산물인 지금의 권력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분권과 자치의 바탕 위에 대통령제를 4년 중임으로 바꾸어 총선 주기와 일치시켜야 한다. 다당제가 가능하도록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꾼 후 내각제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5% 득표로 161석, 국민의힘은 45.1% 지지로 90석을 확보했다. 득표율 5.4% 차이로 의석은 무려 71석이 많다.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거대 여야 카르텔 정치를 가져오는 위성정당제를 폐지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셋째, 지역, 계층, 이념, 세대, 젠더, 고용에서 사회 갈등이 중첩되고 심각한 진영 대립이 나타난다. 사회 다원화에 따른 다양하게 교차하는 이해를 수렴할 수 있도록 지금의 단순다수제를 합의제 형태의 협의 민주주의로 바꾸어야 한다. 권력 공유를 통해 증오와 대립을 화합과 공존으로 바꾸어야 한다. 넷째, 추격발전을 선도발전으로 바꾸려면 산업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전자, 정보기술 등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인공지능, 로봇, 배터리 분야의 급진적 혁신과 생명공학·바이오 분야의 점진적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비교우위를 특화해야 한다. 한국은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거의 30% 비중으로 독일, 일본, 미국보다 높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RE100의 방향대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면서 원전 의존도를 서서히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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