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결론 어떻게 되든망가진 의료체계 복구 절실전국민에 25만원 용돈 대신공공의대·전문의 확보에 쓰자
공공의대·전문의 확보에 쓰자 의대 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의사들이 집단 휴진을 실시했지만 저조한 참여율 속 싸늘한 국민 반응만 얻고 끝났다. 벌써 수개월째 출구 없는 의료 현장 파행을 보면서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질기게 싸우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절대 '돈'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 생각한다. 많게는 14년의 수련을 거쳐 얻은 직에 대한 자존감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서비스 시장에서 공급은 경쟁과 직결되고 수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분노의 기저에는 결국 경제적 원인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후쿠야마는 이런 형태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말한다. 경제적 이유로 시작된 갈등이 정체성 투쟁으로 흐르면 상대방이 100% 굴복하거나 내가 쓰러지거나 '제로섬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투쟁을 위한 결속에만 집중해 구성원 각각의 분노 이유는 희미해진다. 지금 의협이 밖으론 격한 목소리를 쏟아내지만 전공의·교수·개업의 간 이해가 엇갈려 어떤 협상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라. 나는 지금도 의사들이 속히 환자들을 위해 돌아와야 한다는 쪽이지만,"돌아가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어정쩡한 시스템에 의해 이 지경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건강보험 체계는 명칭상 보험으로 돼 있으나 사실상 소득세·재산세 형태로 강제 징수되는 시스템이다. 자산가, 기업, 젊은 직장인이 저소득층과 고령층의 의료비를 막대한 비중으로 보조하고 있다. 대부분 병원이 민간 운영임에도 정부는 의료수가와 약값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독점권으로 가격을 낮게 유지 중이다. 형편없는 급여 수준에 주당 100시간 격무를 버티는 전공의들 덕분에 버티는 대형 병원은 비용 부담이 작은 국민들의 과잉 수요로 인해 늘 꽉꽉 차 있다. 반면 긴급 환자들은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불행한 의료 현장을 만들고 있다. 당연히 대개의 의사들이 이런 고난의 행군보다는 실손보험이라는 넉넉한 돈줄이 있는 '피안성'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든다. 싸면서 훌륭한 서비스의 맹점은 지속가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회원 가입 때 공짜로 구독할 수 있었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프리미엄을 보라.
수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금도 국민 1인당 25만원씩 약 13조원의 전 국민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에 따르면 소비 증대 효과는 0.26~0.36배 정도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줘서 소고기 값으로 지출해 6만~9만원의 소비 효과를 보자고 13조원의 혈세를 지출하자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차라리 이 돈을 지방의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데 투자하고, 전공의 처우 개선 및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는 데 통 크게 쓰자. 전 국민 지원금 대신 전 국민을 위한 필수의료지원금으로 말이다. 명분은 차고 넘치니 윤석열·이재명 협치 1호가 못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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