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고립 청년 혹은 은둔형 청년,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은 단순히 소심하거나 내향적인 게 아닙니다. MBTI 유형에서 극"I"이거나 혈액형에서 트리플A형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너무 쉽게"사회부적응자"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더군다나 범죄자이거나 범죄자가 될 사람들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실업률,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도 최고로 많아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시대의 청년들이 노력을 안 했을까요? 안 할까요? 2030 청년세대가 5060 부모세대 등 이전 세대보다 대학 진학률 낮을까요? 토익 점수 등 영어점수가 낮을까요? 자격증이 더 적을까요? 생존조차 힘들어지는 과도한 경쟁 사회에 대한 해법으로 '모두가 동등한 주체로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제시되기 보다는 이 안에서 나의 생존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과 나를 구분 짓고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방식의 담론과 실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20대 여성의 자살률 상승이 충격적일 정도로 가팔라졌습니다. 모든 세대와 모든 성별 중에서 20대 여성의 자살률 상승폭이 가장 높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더 이상 나가질 기미가 없고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여겨지는 상황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성평등운동이나 교육을 불편해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머니 세대에는 성차별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여성들에게 무슨 성차별이 있냐?'고 이야기하지만 당사자들의 경험하는 차별, 억압, 폭력의 문제는 심각합니다.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정신건강 문제와 직결되며 자살문제와 이어집니다.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 40대는 사망원인 2위가 자살입니다. 노인 자살률도 전 세계 최고입니다. 하루 평균 약 40명이 자살하는 나라입니다. OECD 국가의 평균의 2배가 넘습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입니다.
젊은 연령대의 자살률 증가는 해당 연령대의 전체 사망률까지 바뀌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전 연령대의 사망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유독 20대만 사망률이 5.8%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중 20대 여성 사망률이 11.1%나 늘어났습니다. 20대 자살 원인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1위였지만 이는 2위인 경제생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살인적인 극심한 경쟁이 되는 취업난,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 번아웃, 다른 사람들과 비교, 빈곤, 절망 그리고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사회적 상황들에 의한 '희망 없음'이 원인입니다.한국 사회에 정신질환/정신장애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등입니다. 이 질병들은 누군가 가지게 될 수 있는 질병이고 특히 한국 사회처럼 과도한 공부, 노동, 피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는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과 장애입니다.
이는 서로 연결된"모든 사람의 문제"로 바라보지 못해야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문제로 여기며 각자도생의 사회를 살아야 하는 거죠. 기득권자들은 장애인, 여성, 노동자, 청년, 노인 등 모두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사실 모든 문제는 사회문제이며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이젠 구조적 차별을 직면, 인지, 인정하고 제도와 문화의 변화를 통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한국 사회는 모두가 '공부-대학-취업-결혼-집 마련-자녀 공부-노후자금' 하나의 정답을 따라 살아야 하는"정답사회"입니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모습대로 행복하고 만족하게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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