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종호 문어의 꿈] 윤석열차 논란,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의 권리newsvop
김고종호 선생님은 전북 지평선고등학교 교사로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매월 학교와 교육의 문제를 참교육을 고민하는 교사의 시선으로 전해줄 것입니다. 글은 전교조의 교육희망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고종호 문어의 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한겨레는 외벽 노동자의 생명줄을 입주민이 잘라버려서 사망한 사건을 가져와 정치권을 풍자한 만평이 큰 비판을 받았다. 역시 한겨레가 논란이 되었던 잡지 ‘맥심’ 표지의 자동차 트렁크 납치 여성 재연 사진을 패러디한 만평이 논란 끝에 게재되지 않은 적이 있다. 만평엔 독재자 박정희가 담배를 물고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다 경제발전 했으면 됐지’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하고, 차 트렁크엔 사람 다리가 나오고 ‘민주주의’라는 글자가 보인다. 이 만평이 삭제된 것에 대해 시사만화가협회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반발했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권력의 폭력이 성폭력과 닮았음을 만평이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사만화가협회는 성폭력 상황의 재연이 다수에게 큰 공포와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린 카툰은 카툰으로 볼 수도 없기에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카툰들은 모두 정치권력을 비판·풍자해야 한다는 카툰 정신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다만 그 소재를 잘못 선택·활용한 데에 문제가 있다. 이런 시비에서 자유로운 카툰을 그려야 하므로 작가들의 정신 무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판·풍자의 방향이 권력에서 뒤처진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향할 때에는 혐오와 폭력이 된다. 즉,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할 때에는 사회적 역학관계 내에서 불균형과 비대칭을 견제하고 해소하는 목적을 가질 때 가능할 뿐, 오히려 그것을 강화시킬 때는 억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가 허용하는 표현의 자유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미명하에 혐오와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은 그대로 두고서, 정작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은 ‘감히 어딜’ 하며 재갈을 물려왔다. 이런 문화적 토양은 익명의 온라인 세상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정신 차리고 살기 힘든 삶의 팍팍함에 대한 분노를 위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표출하는 것에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