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터널에 갇혔다. 주요 이유로 ESG에 대한 금융자본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2018년 초 주요 기업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화석에너지 다소비 기업에는 투자를 중단하겠다’라고 하고 실제로 투자를 축소했다. - 김경식의 퍼스펙티브,미비,제도,자본주의 급행열차,사회적 가치,투자대상 기업
대한민국 ESG가 터널에 갇혔다. 자본주의가 스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던 ESG가 터널에 갇힌 것은 여러 요인이 있다. ESG에 대한 각 경제 주체의 생각은 다르다. 대기업은 처음엔 긴장했으나 지금은 워싱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중소기업은 처음엔 ESG를 너무 몰랐고 지금은 혼란스럽다. 시민단체는 처음엔 혹시나 하고 기대했으나 지금은 걱정이 많다. 그 외 많은 기관·단체는 ESG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민은 많이 하지만 딱히 실행하는 것은 없다. 최근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공급망을 교란하면서 여러 국가와 기업의 ‘ESG 회피 심리’에 절묘한 도피처를 제공했다.
금융자본의 변심 그러면 금융자본은 왜 스스로 이런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가. 주요 이유로 ESG에 대한 금융자본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금융자본의 가장 큰 리스크인 전 세계적 기후위기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ESG를 시작했지만, 현재로선 ESG 투자가 막상 자본의 자기 증식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2018년 초 주요 기업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화석에너지 다소비 기업에는 투자를 중단하겠다’라고 하고 실제로 투자를 축소했다. 이를 계기로 ESG가 급격히 확산했다. 그러나 그렇게 회수한 자금이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ESG 중심 투자에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화석에너지 기업은 여전히 고수익을 내고 있지만, ESG ‘가치’는 아직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에 반영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래리 핑크는 ESG란 단어가 과도하게 정치화되었다며 용어 사용을 중단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인 10% 미만에 머무는 또 다른 이유는 전력 판매시장이 한국전력 독점 구조라는 점이다. 기업이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하는 RE100의 경우 해외 사업장에서는 거의 100%를 달성하고 있지만, 국내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는 전력의 경우 송배전 요금이 기존 한전 제공 전력보다 거의 배나 된다. 앞으로 국내 RE100 부족으로 많은 기업이 제조 공장 투자를 국내보다 해외에 할 것이다. OECD 국가 중 전력 판매 독점은 한국과 멕시코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은 않고 누수도 못 막는 땜질 처방으로 대처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로 거버넌스 왜곡 합리적 거버넌스 구성과 운영은 터널 끝이 명확히 보이건만 실행을 못 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은 “거버넌스란 한 국가의 여러 업무를 관리하기 위하여 정치, 경제 및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거버넌스는 또한 시민들과 여러 집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밝히고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을 다 하며,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조정하는 기구나 제도로 구성된다”라고 정의했다. 기업 입장에서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을 위한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욕망이 있고 자본은 탐욕을 추구한다. 욕망 있는 인간이 탐욕 있는 자본을 제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욕망이 탐욕의 울타리를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견제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견제해야 할 거버너스 구성은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대부분 조직 오너의 측근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로 인한 폐해는 심각하다. 최근의 카카오 사례는 드러난 일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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