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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횡령] 고객 돈 빼돌려 주식·가상화폐 투자

심재훈 이지헌 오주현 기자=지난 5년여간 금융사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을 들여다보면 1인당 횡령 액수는 더 늘어나고 횡령 수법도 대담해진 것으로 나타났다.횡령 사건 규모가 커지는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9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은행·보험·카드·증권·저축은행 등 5대 금융업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의 1인당 횡령액은 최근 5년 새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2017년 2억원 수준이었던 1인당 횡령액은 2018년 1억6천만원, 2019년 3억원, 2020년 7천만원, 2021년 7억3천만원, 2022년 52억9천만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후였던 2020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채권단 자금을 관리하던 우리은행 한 본점 직원이 2012년부터 10년간 세 차례에 걸쳐 600억원 이상을 빼돌리는 동안 은행에서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횡령 정황을 파악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횡령 발생은 은행권이 '최다'…환수는 저축은행이 '최저'은행의 횡령 인원수는 2017년 10명, 2018년 19명, 2019년 20명, 2020년 19명, 2021년 14명으로 매년 두 자릿수대를 유지했다.한편 환수액을 보면 저축은행권이 가장 저조했다.은행권의 경우 환수율이 2017∼2021년 중 33.7%이고, 우리은행 거액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올해 5월 중순까지 포함해도 8.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사례를 보면 2020년 우리은행의 한 영업지점 직원은 가상화폐에 투자할 목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은행 자금을 빼돌려 총 1억8천500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이 직원은 고객 통장과 신분증 사본 등을 보관한 뒤 해당 고객의 정보를 도용해 대출 서류를 위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우리은행에서 거액을 빼돌린 직원 전모씨도 횡령금을 주가지수옵션 등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금융사와 감독 당국은 금융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사후약방문'식 조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에 착수해 사건 발생 원인을 정밀히 파악하는 한편 다른 은행들에 대해서도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 실태를 긴급하게 점검하도록 지시한 상태다.그러나 금융사고 액수가 커지고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면 이런 내부통제책이 직원의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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