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뭘 하든 죄책감 가질 것도 없고 자부심 가질 것도 없어요.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았던 것도, 마녀 화형식을 했던 것도, 히틀러 지휘에 따라 유대인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던 것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무서운 세상은 평범한 우리들이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대지진으로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고 아파트 한 동만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살을 에는 혹한 속에 사람들이 아파트로 밀려든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받아들였던 주민들은 외부인과의 충돌 사건을 계기로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다 같이 살아야죠”라는 이상론은 “그건 다 같이 죽자는 얘기”라는 현실론에 맥없이 허물어진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야기다.
주민들은 902호 영탁을 임시 대표로 선출하고 방범대와 배급 시스템을 구축한다. 첫 조치는 ‘바퀴벌레’를 내쫓는 ‘방역’이다. 왜냐고?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니까. 이 헌법 제1조는 주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정당화한다. 대표 영탁은 말한다. “우리가 뭘 하든 죄책감 가질 것도 없고 자부심 가질 것도 없어요. 우리 지금 당연한 거 하고 있으니까. 가장이 가족 지키는 거.”602호 명화는 “사람이 어떻게 그래?”를 되뇌지만 ‘아파트를 지키자’는 구호 앞에 속수무책이다. 수많은 일들이 폭풍처럼 몰아친 뒤 아파트를 빠져나온 그녀에게 다른 지역 주민이 묻는다. “그 아파트에선 사람 막 잡아먹고 그런다던데?” 명화는 답한다. “아니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
‘평범한’이란 수식어가 그렇게 무섭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우린 스스로를 평범하고 선량하다 여기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상황, 어떤 지경에 놓이면 그 주어진 ‘조건값’에 따라 행동하는 게 보통의 사람들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았던 것도, 마녀 화형식을 했던 것도, 히틀러 지휘에 따라 유대인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던 것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지금의 무서운 세상은 평범한 우리들이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 가족의 ‘유토피아’를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의 삶 따위는 언제든 ‘죄책감도, 자부심도 없이’ 저버릴 수 있는 당신과 내가.
South Africa Latest News, South Africa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초인적 능력 일깨워준 보치아…“제게도 꿈이 생겼어요”[항저우, 우리가 간다] 보치아 대표 서민규
Read more »
'네티즌 평점 9.12점' 연기경험 없던 소년이 준 감동[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잔잔한 감동의 휴먼드라마
Read more »
‘스마일 점퍼’ 우상혁, 항저우에선 금빛 함박웃음을[항저우, 우리가 간다]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Read more »
프로 골퍼들이 컷 탈락만큼 두려워하는 ‘그들만의 리그’ [임정우의 스리 퍼트]주말 경기 10번홀서 출발하면 긴장감과 집중력 크게 떨어져 선두권과 격차로 우승·톱10 등 구체적인 목표 설정도 어려워 몇몇 선수들은 상황 받아들여 다음 대회 준비·스스로 동기부여
Read more »
[김소민의 그.래.도] 효도프로젝트는 어려워김소민 | 자유기고가 나로 말하자면 패악의 아이콘, 우리 집 ‘무서운 아이’였다. 30대까지 대개는 말 안 하고, 말을 했다 하...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