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늘 영정사진 뒷면이 앞을 향하게 들었다. 사진 속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아들이 현충원에 안장되던 날에도 그랬다.
지난 2010년 군 복무중 사망 후 2015년에 이르러서야 순직 인정이 된 윤영준 이병의 어머니 박윤자씨가 6일 광주 광산구의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마치고 윤 이병의 군 복부 당시 개인물품이 담긴 소쿠리를 들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군은 영준씨가 “목을 맸다”고 했다. 부부는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들의 죽음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힘으로 밝혀낼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군은 ‘부적응자의 자살’로 결론지었다. 돌아오지 못한 자식에게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명예 회복’ 뿐이었다. 당시엔 자살한 군인은 순직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무너진 삶을, 군은 ‘전투력 손실’로 보던 시절이었다.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5년, 부부는 아들의 순직을 인정받았다. 2015년 9월 자해사망자를 포함해 군인의 순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군인사법이 국회를 통과할 즈음이었다. 아들의 유골은 광주 영락공원에서 대전 현충원으로 옮겨졌다.
윤씨 부부도 순직에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영준씨와 6살 터울의 막내아들이 입대해야 할 즈음 박씨는 보훈 체계를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큰 아들을 군에서 잃은 부부는 막내를 군에 보낼 자신이 없었다. “형제 병역 면제는 국가유공자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국가보훈처에서 받은 보훈등록증도 허울뿐이라고 느꼈다. 윤씨는 “유족 중에서는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려 심리치료가 필요한 이들도 많은데 유공자가 아니면 보훈증이 있어도 보훈병원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김광식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8일 “순직 분류가 생긴 데는 자살한 군인도 순직으로 인정할 것인지 두고 논쟁했던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대 초반에는 자살한 군인도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성이 있었으나 군에서는 굉장히 반발이 심했다”면서 “자살한 군인들까지 예우해주면 오히려 자살 결심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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