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에어컨’ 요구한 쿠팡 노동자, 재계약 밀려났다

최효(30)씨는 한여름 실내온도가 30도를 넘었던 쿠팡 물류센터에서 지난 여름을 난 뒤 냉방기 설치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그는 지난 5월20일 쿠팡 사쪽으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불이익 끝 재계약도 안돼…사쪽 “노조와 무관, 객관 평가” 지난해 3월,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떠들썩하게 상장했다. 설립 11년 만이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의 40% 이상 오르며 단숨에 삼성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국내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가운데 물류센터 추가 구축에만 1조원 이상이 투입됐다. 전국 30개 지역, 100여곳에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쿠팡 물류센터는 주문 하루 만에 제품을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쿠팡 ‘로켓배송’의 핵심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주문량이 폭증하며 쿠팡 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는 숨 쉴 틈 없이 돌아갔다. 그러나 그사이 쿠팡에서는 2020년 물류센터에서 퇴근 뒤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덕준씨를 비롯해 노동자들이 잇따라 과로사했다. 쿠팡 내 산재 승인 건수도 2017년 48건에서 2020년 224건으로 3년 사이 5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해 6월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출범한 배경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넉달이 지난 5월20일 사쪽으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인천1센터 직원 80% 이상에게 냉난방 기기 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회사 쪽에 제출했다. 그 답을 들으려 했는데 오히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우려했던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관리자들의 압박은 최씨만 겪은 일은 아니다. 인천4센터에서 출고 전 진열대에 쌓여 있는 상품의 위치를 단말기에 입력하는 김태준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2월25일 밤 12시께, ㄴ관리자는 공개된 장소에서 김씨와 다른 노동자 1명을 언급하며 “한번만 더 업무 실수를 하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내뱉었다. 김씨는 “로봇이 아닌 이상 일하다 실수할 수 있는데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공개 망신을 줘서 너무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내 윤리채널을 통해 해당 내용을 알린 뒤에도 ㄴ관리자의 괴롭힘은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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