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 한 명만 살려준다’…그렇게 일가족 11명 죽였다 [본헌터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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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 한 명만 살려준다’…그렇게 일가족 11명 죽였다 [본헌터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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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논픽션 : 본헌터] 맹씨네 이야기

웅재의 대학 학생증. 4학년 ROTC 임관을 앞두고 특무대의 조사를 받은 뒤 학군단으로부터 즉시 제적됐다. “부역자, 빨갱이의 가족”이라는 이유였다. 본인 제공 *편집자 주: ‘본헌터’는 70여년 전 국가와 개인 사이에 벌어진 집단살해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아무데나 버려져 묻힌 이들과,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며 사라진 기억을 찾아나선 이들이 주인공이다. 매주 2회, 월요일과 수요일 인터넷 한겨레에 올린다. 극단 신세계가 글을 읽어준다. 내 이름은 없다. 나는 카운트되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숙부, 숙모, 고모, 누나 또는 언니들이 포함된 몰살자 명단 속에 나는 없다. 부당하다. 나도 한 생명으로서 그 자리에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나는 태아다. 세상에 나와 엄마 젖을 먹어보지도, 울음을 터뜨려 보지도 못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 그저 하나의 수정란 세포가 되어 엄마의 자궁 내벽에 착상된 지 36주였다.

울화병으로 죽은 아버지를 “처단된 자임”이라고 잘못 적어놓았을 뿐 아니라 억호에 대한 사찰 기록을 적어놓았다. 본인 제공 억호도 공부를 잘했다. 처음에는 작은할아버지가 중학교도 못 가게 해 애를 먹었다. “농사일도 바쁜데 무슨 공부냐”면서 학교 대신 들로 나가게 했다. 억호가 나온 동방국민학교 교장 선생님이 찾아와 “내가 중학교 보낼테니 억호를 우리 집에 달라”고 했다. 작은할아버지는 “우리새끼 내맘대로 못하냐”며 소리소리 질렀다. 우여곡절 끝에 1년 늦게 진학해 천안중학교와 천안농고를 졸업했다. 친구들은 버스 타고 다니는데 버스비가 없어 1시간 거리를 걸어서 통학했고, 농사일도 병행했다.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렇다고 작은할아버지 집에 매여있기는 싫었다. 고3 때인 1968년 10월 경기도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했다. 일부러 먼 지역을 택했다. 포천군 영북면 사무소에서 사회 첫발을 디뎠다. 억호는 아산 쪽으로는 쳐다도 보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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