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프리즘] 박수지 | 이슈팀장 그 형사는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언론은 형사가 살인이나 방화범 같은 진짜 ‘나쁜 놈...
언론은 형사가 살인이나 방화범 같은 진짜 ‘나쁜 놈들’을 잡는 사건을 주로 조명하지만, 사실 많은 형사가 편의점에서 물건 훔친 잡범을 잡거나 휴대전화 분실 신고를 처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편의점 앞에 꽂힌 우산을 훔친 범인을 찾으려고 압수수색영장까지 신청해야 할 때면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잡범을 잡는 일도 형사의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문제는 경계에 있는 일들이다. 한번은 가게 인테리어 철거 과정에서 나온 고철을 임시로 인도 위에 내놨는데 다음날 사라졌다며 인테리어업자가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알고 보니, 한 할아버지가 고철 더미를 주워다가 이미 고물상에 팔아 몇만원을 남긴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엔 “버려진 고철인 줄 알았다”고 했다. 절도죄가 되려면 ‘훔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런 일로 경찰서에 온 것이 부끄러웠던 자녀들은 “경찰에 잘못했다고 하라”고 채근했고,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시인했다. 형사는 “검사가 기소유예할 거니 별문제 없을 것”이라며, 절도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8월 잇단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6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집 앞에서 돌아다녀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돼 송치된 일이 있었다. 그가 흉기를 들고 배회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을 해하려는 협박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따져볼 일이었다. 하지만 기초적 의사소통 외에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그가 긴급체포 뒤 17시간30분 홀로 있던 중에 경찰발 언론 보도로 그는 “주변이 시끄러워 홧김에 죽이러 나간” 범죄자가 돼버렸다. 체포부터 구속, 검찰 송치까지 엿새면 충분했다. 담당 형사는 특수협박 배점에 구속 가점까지 받았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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