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라는 정치 패키지 [노원명 에세이]](https://i.headtopics.com/images/2023/9/24/maekyungsns/821651060511164868820-821651060511164868820-01A318CEC767F8F01558830DDBEE6A84.webp)
“나는 그를 스티브 잡스와 같은 범주의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는데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냥 개자식이지만, 그들은 또한 너무 대단한 것을 성취해서 그냥 물러앉아 ‘그게 패키지인 것 같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과 같은 거죠(중략). 만약 이런 종류의 성취를 위해 세상 사람들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진짜 개자식을 리더로 삼아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
월터 아이작슨은 최근작 ‘일론 머스크’에서 머스크에게 학질을 떼고 결국 테슬라 CEO에서 쫓겨난 한 남자의 견해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 남자를 비롯해 아이작슨이 인터뷰한 수많은 인물들은 머스크가 얼마나 ‘개자식’인가라는 대목에 이르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머스크는 잡스가 그랬듯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현실을 왜곡하고 그 왜곡된 현실에 맞춰 터무니없는 목표를 강요하는 한편 잡스보다도 더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이다. 그리고 아주 못됐다. 괴팍하고 무례하고 제멋대로다.
‘나쁜 머스크’와 ‘위대한 머스크’를 분리해 위대한 부분만을 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쁜 머스크 없이는 위대한 머스크도 없다는 것이 머스크 주변 사람들과 아이작슨의 결론이다. 그것은 ‘패키지’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유용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은 그런 패키지 상태로만 존재한다. 당연히 3.7명 모두가 개딸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이재명의 결함을 어느 정도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그가 한국인 평균보다 준법정신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것, 가족과 주변인에 잔인하다는 것, 손윗사람에게 저잣거리 왈패들이 깜짝 놀랄 언어로 욕한다는 것, 여러 국면에서 여러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해 왔다는 것, 따라서 그가 결코 교양인이 아니며 평균적인 의미에서 ‘좋은 사람’에 들어갈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을 안다. 그 3.7명 중 대다수는 이재명 대표에게 제기된 무수한 범법 혐의들이 모두 조작됐거나 정치탄압이라는 주장을 할 만큼 비이성적이지도 않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 대표도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들이 “유쾌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고, 잔정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정도 매력으로는 ‘나쁜 이재명’을 상쇄할 수 없다. 3.7명이 모두 이재명을 개인적으로 알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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