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성 기준 때문에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산재보험 적용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전속성 기준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지난 4월 5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인수위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등 참가자들이 인수위로 면담요청서를 배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직장인인 박씨는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주말에 부업으로 배달 일을 시작했다. 딸이 올해 대학 입학을 하면서 돈 들어갈 일이 늘어나서다. 일감은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2개의 플랫폼으로부터 받았다. 사고가 날 때까지 3개월간 220만원가량 벌었다. 소득의 80%가 배달의민족에서 발생했다. 박씨는 “처음에는 안전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고, 오토바이·헬멧만 있으면 앱 설치 뒤 바로 배달을 할 수 있는 쿠팡이츠에서 일감을 받았다”며 “하지만 11월부턴 시간제 보험이 도입돼 있던 배달의민족에서 대부분의 일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 역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두곳에서 일감을 받아 일했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적용받으려면 사고가 난 쿠팡이츠에서 ‘월 소득 115만원, 종사시간 93시간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인은 쿠팡이츠뿐 아니라 배달의민족에서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씨와 A씨처럼
배달라이더는 퀵서비스 기사로 분류돼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등과 함께 대통령령이 정한 15개 직종에 포함돼 있고,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배달라이더들의 상당수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기준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이런 불합리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씨가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두곳 모두에서 ‘월 소득 115만원, 종사시간 93시간 이상’을 충족했다고 가정해보자. 산재보험은 중복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두곳 중 하나로만 가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험 가입이 안 된 곳에서 사고가 나면 월 소득, 시간 기준을 충족시키고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전속성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배달라이더, 대리기사 등 새롭게 등장한 유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를 사실상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배달라이더 박재범씨가 지난 3월 23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라이더유니온 제공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속성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