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영정사진을 미리 찍는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영정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임박한 죽음을 자신과 주변에 고지하는 행위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지난달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매탄2동 행정복지관에서 진행된 무료 영정사진 촬영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2동 행정복지센터 강의실에 마련된 장수사진 촬영관에서 나옥순 할머니가 “영정사진으로 찍겠다. 예쁘게 찍어달라”고 사진작가에게 말하며 활짝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마지막 가는 길에 동행할 사진이니 예쁘게 찍어줘유.” 흘러버린 세월만큼 허리가 굽고, 하얗게 센 머리카락은 은실처럼 빛났다. ‘웃는 표정으로 찍어야 좋다’는 사진작가의 권유에 백발의 할머니가 금니를 드러내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지난달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2동 행정복지센터 강의실에 마련된 임시 사진관. 매탄2동에 사는 80살 이상 홀몸 노인들의 ‘만수무강 장수사진’ 무료 촬영으로 강의실 안팎이 시끌벅적했다. 한쪽에서 사진 촬영이 이어지는 사이, 다른 한쪽에선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로 분주했다. 행사를 마련한 매탄2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촬영 때 입을 한복을 준비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불러왔다.
신씨는 1970~80년대 중동 건설 현장을 누빈 ‘산업역군’이었다. 27살에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 파견된 뒤 쿠웨이트, 리비아 등을 돌며 9년 동안 일을 해 당시 시세로 집 2채는 사고도 남을 만큼의 목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귀국하면서 인생의 황금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의 삶은 귀국과 함께 36살에 멈춰버렸다. “귀국해 보니, 마누라가 아들만 남기고 집을 나가버렸어. 1년 동안 술에 의지해 살다가 쥐약까지 먹었지. 근데 죽는 것도 내 맘대로 안 되더라고. 겨우 정신 차리고, 아파트 경비 일 하면서 지금까지 살았지. 죽을 때가 가까워오니 그래도 사진 한 장은 남겨야겠드라고. 살면서도 외로웠는데, 죽고 나서 빈소에 영정 한장 없으면 얼마나 쓸쓸하겠어?”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 노화의 고통만큼 홀몸 노인들의 삶을 짓누르는 것은 고독이다. ‘홀몸노인, 죽은 지 두달 만에 발견’ 같은 뉴스 헤드라인을 접하면,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덜컥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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